유로·파운드화는 강세인데… 한·중·일 통화는 동반 약세
15일 일본이 2분기에 전망을 뛰어넘어 전 분기 대비 1.5% 성장했다는 ‘깜짝 성장’ 발표가 있었지만, 엔화 환율은 달러당 145엔 선에서 움직였다. 한 달 전 137엔에서 5% 이상 가치가 떨어졌다. 145엔은 일본이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개입하는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환율이다.
게다가 이날 중국이 경기 악화를 막기 위해 전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자,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0.2% 오른 7.2933위안을 기록했다. 중국인민은행도 공식 환율을 전날보다 0.11% 오른(가치 하락) 달러당 7.7168위안으로 고시했다. 중국이 환율 방어선으로 삼는 ‘포치(破七·달러당 7위안 돌파)’ 수준을 지난 5월 넘어선 후 계속 약세다.
우리나라의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지난 14일 달러당 1330.9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330원대까지 오른 것은 지난 5월 18일(1334.2원) 이후 3개월 만이다.
한국 원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 동아시아 3대 통화가 미국 달러 대비 급격한 동반 약세 현상을 보이고 있다. 두 달 전보다 유로화나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각각 달러 대비 1.39%, 0.64% 오른 것과 비교하면, 한·중·일 통화의 동반 약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돌아온 달러 선호 현상
최근 한·중·일 통화 동반 약세는 국제 신용 평가사 피치가 지난 1일(현지 시각) 미국 국가 신용 등급을 최고 등급인 트리플A(AAA)에서 더블A플러스(AA+)로 한 단계 내린 게 전환점이 됐다. 오히려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를 키워서 안전 자산인 달러 선호가 높아진 것이다.
더구나 미국이나 유럽은 아직 금리 인상을 종료하지 않았는데,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은 오히려 금리를 내리는 등 통화 약세 흐름을 부추기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은 올 들어 1월에 한 차례 금리를 올린 후 동결하고 있어 글로벌 외환 투자자들이 일본, 중국과 한 묶음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엔화 약세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유지로 인해,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확대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행이 최근 장기 기준 금리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변동 폭 상한을 연 0.5%에서 연 1.0%로 올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미국과 금리 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3일(현지 시각) 기준 연 4.168%인 반면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랐어도 연 0.6%를 밑돌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이 아직 있지만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지속하고 있어 엔화 매도세가 우세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중국은 최근 부동산발 불안으로 ‘깜짝 금리 인하’에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15일 단기 정책 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포인트와 0.1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경기 부양에 나선 것인데, 이는 곧 위안화 약세로 이어진다.
◇원화 동반 약세 언제까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 원화는 중국 위안화의 대안 투자처로 꼽힌다. 그렇다 보니 중국의 부동산발 불안 소식은 한국 원화에 타격을 주고 있다. 게다가 작년 10월부터 10개월 연속 수출액이 감소세를 보이는 등 우리나라의 수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 최근 이란 동결 자금 해제에 따른 달러 유출로 원화가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고금리가 생각보다 오래갈 가능성이 이어지고, 한국 성장에 먹구름이 계속 머무르면서 원화 가치도 계속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주요 글로벌 IB(투자은행) 8곳의 지난달 말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 평균은 1.9%였다.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1%대 성장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당초 우리 정부의 예상대로 경기가 ‘상저하고(상반기에 나쁘고, 하반기에 좋아지는 것)’ 흐름을 타면 현재의 한·중·일 동반 약세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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