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26 환골탈태' 은퇴 고민한 19연패 투수였다니, 믿어지나요?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은퇴를 해야 하나 생각도 솔직히 했죠."
한화 이글스 베테랑 우완 장시환(36)은 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장시환은 지난달 25일 고척 한화 이글스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개인 19연패의 늪에서 어렵게 탈출했다. 장시환은 2020년 9월 22일 대전 두산전 승리 이후 4시즌에 걸쳐 무려 19경기에서 패전만 떠안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개막전이었던 지난 4월 1일 고척 키움전에서 심수창의 18연패를 깨고 KBO리그 역사상 가장 긴 연패를 기록한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19연패하는 동안 투수 본인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유니폼을 벗어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때 가장 큰 힘이 된 건 가족이었다.
장시환은 불명예 기록이 더 길어지는 것을 막자마자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다. 19연패 하는 동안 나도 힘들지만 보는 사람도 옆에서 얼마나 힘들었겠나. 같이 버텨줘서 고맙고 내가 힘들 때 지탱해주고 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해줘서 고마운 사람"이라며 "은퇴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솔직히 했는데, 버텨야 한다 생각했다. 가족이 있기 때문에 안 돼도 더 악착같이 버티려 했고, 그래서 끊을 계기가 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사실 장시환은 지난 7월 4일 1군에 콜업되기 전까지 86일 동안 2군에 머물면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돼서 돌아왔다. 6월 이후부터 페이스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6월 퓨처스리그 10경기에서 2승, 1홀드, 10이닝,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하며 1군 콜업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1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앞서 장시환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는 말에 "퓨처스팀에 다녀온 뒤로 매우 안정된 피칭을 계속 해주고 있다"며 박수를 보냈다.
1군에서도 꾸준히 투구 내용이 좋다. 1군 복귀 후 13경기에서 1승, 2홀드, 1세이브, 14⅓이닝, 평균자책점 1.26을 기록하며 환골탈태했다.
장시환은 온전히 마운드에서 낸 결과로 당당히 필승조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불펜에서는 주현상, 김범수, 이태양, 박상원 등과 함께 현재 가장 기여도가 높다. 최 감독은 "지금 김범수랑 장시환, 박상원 이렇게가 필승조"라고 못을 박았다.
장시환은 15일 NC전에서도 팀 패배를 막는 역투를 펼쳤다. 3-2로 앞선 7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장시환은 선발투수 펠릭스 페냐의 공을 이어 받았다. 손아섭-박민우-박건우-제이슨 마틴까지 파괴력 있는 타자들이 줄줄이 대기하는 상황이라 빠르게 흐름을 끊을 필요가 있었다.
장시환은 첫 타자 손아섭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주자 도태훈의 득점은 지켜봐야 했다. 3-3 동점. 더는 NC의 득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장시환은 앞선 타석에서 3루타를 치며 펄펄 날았던 박민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이닝을 매듭지었다.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장시환은 깔끔한 투구를 이어 갔다. 결정구 슬라이더가 잘 통했다. 선두타자 박건우를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마틴까지 슬라이더를 활용해 2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2사 후 투수 땅볼로 잡은 권희동에게 쓴 결정구도 역시나 슬라이더였다.
장시환은 1⅔이닝 21구 무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마운드가 연장 12회까지 버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한화는 장시환 이후 김범수(1이닝)-주현상(1⅓이닝)-박상원(1⅔이닝)을 기용해 무실점으로 버텼다. 한화가 NC 타선을 잠재울 때 한화 타선마저 잠잠한 바람에 시즌 6번째 무승부를 피할 순 없었다.
19연패 기간 은퇴까지 고민하며 버텼던 독기는 이제 장시환에게 큰 자산이 됐다.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던 불명예 기록을 멀리 떨친 것도, 멘탈 스포츠인 야구를 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제 한화 팬들은 장시환을 패전만 떠안았던 마음 아픈 투수로만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장시환은 한화에 없어선 안 될 투수로 존재감을 새기며 언젠가 다가올 마지막을 더 멋지게 마무리할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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