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사령관은 왜 "비화폰도 포렌식 되냐"고 물었나?
박 대령이 '외압' 녹취록 만들었다면 게임 체인저
'항명' 규명의 열쇠: 朴도 부하에게 '이첩 중단' 지시했나?
고 채수근 상병 사건이 초유의 항명 사태로 이어지며 군 안팎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휴대전화 문자 송수신 내역이 사건 실체를 밝힐 결정적 단서로 주목된다.
이밖에도 항명죄로 입건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간 통화 녹취 여부, 박 대령과 휘하 부하들과의 통화 내역이 진실 규명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비화폰 문자 메시지에 '외압'의 증거 남아있나
이번 사건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사령관은 최근 박 대령에게 '비화폰(도청방지 휴대전화)도 포렌식(복원·분석) 할 수 있느냐'는 식으로 물었고, 박 대령은 경우에 따라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때는 김 사령관이 신범철 국방부 차관으로부터 3차례 전화 연락을 받은 직후였다. 이와 관련, 박 대령은 김 사령관이 신 차관에게 받은 문자를 읽어준 사실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신 차관은 10일 "필요하다면 포렌식이라고 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이며 박 대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전화는 했지만 문자를 보낸 적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박 대령은 11일 첫 언론 접촉에서 "사령관 핸드폰이 (비화폰까지) 2개인데 포렌식 해보면 안다"고 재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해병대의 수장이 뜬금없이 비화폰의 포렌식 가능성을 문의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혹의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신 차관과 박 대령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김 사령관의 비화폰이 유력한 '스모킹 건'으로 떠오른 이유다.
누가 허위 주장을 하는지 가릴 1차 시금석이 될 뿐 아니라, 문자 메시지에 '외압'의 증거나 흔적이 있는지도 명백하게 판가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화폰도 포렌식이 되긴 하지만 제한적이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삭제 되는 기능이 있다는 설도 있다.
이와 관련, 해병대 관계자는 "두 분(김 사령관과 박 대령)이 독대해서 나눈 대화 내용이기에 일일이 확인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다"고만 밝혔다.
박 대령이 '외압' 녹취록 만들었다면 게임 체인저
박 대령은 11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으로부터 외압으로 느낄 만한 전화 녹취 존재 여부에 대해 "변호사와 상의해서 말씀 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으로써 국방부와의 힘겨운 진실공방에서 최대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 대령이 유 법무관리관은 물론 국가안보실로부터도 무언의 압력을 느꼈다고 한 점으로 볼 때 어느 시점에선 녹취를 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경험 많은 수사단장으로서 사건의 심각성을 눈치채고 '보험'을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외압의 결정적 증거가 될 녹취록이 정말 있다면 굳이 공개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심지어 외압 자체가 없었을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다만 사건 관련자들이 노골적이고 부주의하게 압력을 행사하며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 또한 높지는 않다. 녹취록이 존재해도 증거 능력은 제한적일 수도 있는 셈이다.
'항명' 규명의 열쇠: 朴도 부하에게 '이첩 중단' 지시했나?
박 대령은 2일 오전 10시쯤 김 사령관에게 예정대로 사건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보고했다.
이에 김 사령관은 '내가 너에게 중지하라고 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식으로 물었고 박 대령이 직권남용 가능성을 언급하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김 사령관은 약 50분 뒤 박 대령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해 '당장 인계를 멈추라'고 했다.
이에 박 대령은 '이미 인계 중이다. 죄송하다'고 답을 한 뒤 곧바로 현장 요원에 이첩 중단을 지시하려 했지만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주장대로라면 이게 김 사령관의 유일한 '명시적 지시'였고 박 대령은 어찌 됐든 즉각 이행을 시도했다. 역으로 보면, 진즉에 명시적 지시가 있었다면 항명 사태도 없었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를 확증하는 것은 박 대령과 중앙수사대장(박모 중령) 간 통화 내역만으로도 가능하다. 박 대령은 박 중령에게 현장 요원과 연락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외압 의혹과 함께 이번 사태의 한 축인 항명 여부에 대해 판별이 가능한 또 다른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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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홍제표 기자 en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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