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600만명 넘는 日, 내달 국가 프로젝트 시동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3. 8. 16.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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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예방·돌봄 제도 등 아우를 듯

일본 정부가 다음 달 ‘치매 국가 프로젝트’에 시동을 건다. 600만 명이 넘은 치매 환자 문제 대응을 일본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국가 과제로 삼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것이다. 지난 6월 저출산 대책에 이은 일본 정부의 새로운 주요 정책 목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달 초 군마현의 치매 노인 요양 시설을 방문했다. 기시다는 이 자리에서 “치매에 걸린 고령자분들이 존엄성과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다음 달 총리가 주재하는 국가 차원의 ‘치매대책 추진본부’를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직접 본부장을 맡겠다는 것이다. 기시다는 “정책 수립에는 치매에 걸린 환자는 물론이고 환자의 가족을 포함한 모든 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고 했다. 가칭 ‘치매대책 추진본부’는 치매 조기 진단과 예방, 치료약 연구 개발은 물론이고 치매 환자를 지원할 건강·의료보험 제도, 돌봄 제도, 복지 제도 등을 아우를 예정이다.

일본 국회는 지난 6월 여야가 모두 참여하는 초당파 의원 연맹 주도로 ‘치매기본법’을 통과시켜 법적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치매 환자만을 위한 이 법안은 ‘치매 환자가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상생 사회 실현을 추진할 것’을 목적으로 명기했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정부에 치매와 관련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실행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 또 ‘치매 대책 수립에는 반드시 치매 당사자와 가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오는 2025년 일본의 치매 환자가 최대 7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2012년 462만명이던 치매 환자가 매년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65세 이상 고령 인구 가운데 치매 환자의 비율이다. 2012년에 15%였던 치매 환자 비율이 2025년에는 최대 20%에 달해, 노인 5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릴 전망이다. 여기에 단순 기억장애 증세를 겪는 ‘경증 치매 장애’도 약 400만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65세 이상 인구가 3627만명(작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29.1%를 차지하는 초고령 국가다. 저출산이 일본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과제라면, 치매는 당장 일본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풀어야 할 현실적인 문제인 셈이다. 당장 작년에 치매로 인한 행방불명자(신고 기준)는 1만8709명으로, 10년 전(9607명)의 거의 2배에 달했다. 이런 행방불명자 가운데 사망이 확인된 치매 환자는 491명이었다. 치매라는 시한폭탄이 일본 내부에서 경고음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치매 대책에 쏟아부을 재원 마련이 과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과 지난 6월에 방위비 증액과 저출산 대책에 각각 연간 5조엔과 3조5000억엔의 재원을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기시다 내각은 여전히 방위비 증액과 저출산 대책 재원의 확보 방안조차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치매 프로젝트까지 더해질 경우 예산 확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일부 언론은 “기시다 내각에 치매 국가 프로젝트는 추락하는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반전 카드에 불과하다”는 비판적인 보도도 하고 있다. 최근 지지통신의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4.2%포인트 하락한 26.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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