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철수에 구급차로 '셔틀'···시민 고발로 경찰 수사 착수

행안부 직원이 구급대원에 "짐 옮겨달라" 요청 확인
대전소방본부 "사실" 인정하면서도 "안전관리 차원"

대전의 한 대학교 기숙사 앞에서 구급대원이 잼버리 대원들의 짐을 구급차에 싣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서울경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여했던 대원들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구급차가 짐차로 이용된 것과 관련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소방당국은 안전조치 차원에서 대원들의 짐을 이동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15일 대전동부경찰서는 전날 한 시민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소방 지휘 책임자를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것과 관련 담당 수사관을 배정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대전 동구의 한 대학교 기숙사 앞에서 119구급차로 잼버리 대원들의 짐을 옮겨주는 모습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응급구조가 필요한 환자에게 쓰여야 할 구급차가 애먼 곳에 쓰였다”는 취지의 지적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한 시민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소방당국 지휘책임자를 경찰에 고발하고 보건복지부에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특히 ‘행정안전부 직원이 구급대원에 짐을 옮겨달라 요청했다’는 내용의 소방본부 문건까지 공개되며 논란이 커졌다. 해당 문건을 보면 “(잼버리 대원들이) 퇴소하는 과정에서 행안부 파견 직원이 ‘구급차를 이용해서 짐을 옮겨주는 게 안 되는 것을 알지만 버스 대기 장소까지 짐을 옮기는 것이 위험해 보여 구급차 이용이 가능한지 현장근무자에게 문의했다’고 나와 있다.

이와 관련해 대전소방본부 측은 “행안부 직원이 현장에서 대전소방본부 직원에게 구급차로 짐을 옮기는 게 어떨지 의견을 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숙사 앞 도로는 편도 1차로로 정차할 수 없는 위험한 길이라 대원들이 탑승할 버스가 300ｍ 떨어진 곳에 있었다. 14~15살 정도의 어린 여학생들이 인도와 차도 구분이 모호한 곳을 무거운 가방을 끌고 이동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보고 안전 관리 차원에서 짐만 옮겨준 것"이라고 한겨레를 통해 해명했다.

이어 "해당 구급차는 이들이 기숙사에 입소할 때부터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배치돼 있었고 상부의 지시 때문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구급대원들이 안전 예방 차원에서 선의로 짐만 옮겨줬던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지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구급차는 응급상황에 출동해야 하는데 대전에 배정된 1천400여명의 잼버리 대원을 위해 119구급차를 6대나 동원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행위"라며 "무분별한 119구급차 동원에 대한 적극적인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권한을 남용해 119구급차를 동원한 이에 대한 책임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