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말아봤니? 폭탄주 말고 샤프트!

김세영 기자 2023. 8. 16.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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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파이트 샤프트 제조 공정 체험
샤프트가 골프채 성능의 70~80%
재단디자인, 열처리 따라 성능 좌우
반짝이 효과는 8억원 이온증착기로
10일마다 파괴 테스트로 품질 관리
두미나가 생산하는 다양한 그라파이트 샤프트.
[서울경제]

샤프트는 골프채 성능의 70~80%를 좌우한다고 한다. 그만큼 중요한 샤프트는 어떤 공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샤프트 시장에서는 점차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두미나에서 제조 과정을 체험했다. 두미나가 생산하는 오토파워와 오토플렉스 샤프트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끌며 이름이 알려졌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두미나는 그동안의 성장에 힘입어 새롭게 경기도 광주의 너른 부지에 생산시설을 마련했다. 뚝심 하나로 두미나를 이끌어온 박건율 회장, 정두나 대표이사와 함께 샤프트에 대해 간략하게 대화를 나눈 뒤 본격적인 체험을 시작했다.

두미나의 박건율(오른쪽) 회장과 정두나 대표이사.

“80~90톤 원단?···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카본 원단을 보관하는 저온냉동 창고였다. 보통은 영상 1~3도, 한 달 이상 보관할 경우에는 영하 1~2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카본 원단을 이처럼 서늘한 상태로 보관하는 이유는 원단의 수지가 상온에서는 쉽게 마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 원단의 성질이 변하고 나중에 작업을 할 때 접착력도 떨어진다.

프리프레그(Prepreg)라 불리는 카본 원단은 실 형태의 카본 원사를 한쪽 방향으로 에폭시 수지와 결합한 것이다. 하나의 원단은 폭 1m, 길이 100m로 만들어져 있다. 한 롤 당 200만 원부터 비싼 건 2000만 원까지 한다. 박 회장은 “현재 창고에 보관돼 있는 게 대략 10억 원어치다. 원단 유통업체보다 우리가 더 많이 가지고 있을 때도 있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만큼 샤프트 주문량이 많다는 뜻이다.

원단과 관련해 박 회장이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이 있다. 원단의 톤수다. 일부 브랜드가 80톤이나 90톤 원사로 샤프트를 만든다고 홍보하는데 그건 말이 안 된다는 게 박 회장의 주장이다. “톤수는 원단의 탄성률을 의미하는데 그 정도 탄성을 가지고 있으면 마른 나뭇잎과 같다. 원단 탄성률은 40톤 정도면 충분하다는 게 우리가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 얻은 결과다. 그래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거다. 80톤이나 90톤 원단을 조금 잘라서 붙인다면 모르겠지만 그걸 주재료로 말았다는 건 다 거짓말이다.”

샤프트 원단인 프리프레그.

원단은 아기 다루듯 소중히···손자국 남으면 불량

원단 보관 창고 바로 옆에는 재단실이 있다. 카본 원단을 샤프트 설계 디자인에 따라 정확하게 자르는 곳이다. 길고 커다란 테이블의 한쪽 끝에 카본 원단이 놓여 있었다. 원단에 대해 설명하던 박 회장은 “절대 맨손으로는 만지지 말라”로 당부했다. 원단은 매우 민감한 소재여서 손자국이 남으면 물성이 바뀌고 롤링을 할 때 접착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게 이유였다. 박 회장은 “원단은 깨끗한 장갑을 낀 손으로 아기처럼 살살 다뤄야 한다”고 했다.

그라파이트 샤프트에는 여러 개의 원단이 들어가는데 각 조각들을 어떤 형태로 재단하고 붙이느냐에 따라 샤프트의 플렉스(유연성)나 킥 포인트(휘는 지점) 위치 등이 달라진다. 폭이 좁고 긴 원단은 스트레이트 층을 이루고, 삼각형이나 마름모꼴의 작은 원단 조각들은 보강 층으로 팁(샤프트의 헤드 쪽)이나 버트(샤프트의 그립 쪽) 부분에 사용된다. 한쪽에 미리 잘라놓은 원단 조각들이 쌓여있었지만 설계 비밀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사진촬영은 하지 말라고 했다.

과거에는 작업자가 줄자와 칼을 이용해 원단을 일일이 재단했다. 박 회장은 “손을 베기도 하고 손목에 상당히 무리가 갔었다”고 했다. 지금은 주로 기계를 사용해 400~500장을 한 번에 재단한다. 책 제본 과정에서 수백 장의 인쇄용지를 한꺼번에 자르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자칫 손가락 절단 사고 위험이 있어 이 작업은 그냥 눈으로 보는 걸로 만족했다.

원단 재단 중인 작업자.

맨드릴에 카본 원단 감고, 필름으로 래핑

다음으로 향한 곳은 성형실이었다. 재단한 원단을 맨드릴(Mandrel)이라는 기다란 쇠막대에 감는 곳이다. 금형 제작된 맨드릴에 따라 샤프트의 직경이 결정된다. 맨드릴에 원단을 붙인 뒤에는 일정한 압력으로 말아주는 게 중요하다. 이 롤링 작업 역시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했지만 지금은 기계의 힘을 빌린다. 원단을 붙인 맨드릴을 선반에 놓고 스위치를 누르자 육중한 기계가 내려와 롤링 작업을 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기계가 수평이 아니라 사선으로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맨드릴이 팁 쪽으로 갈수록 직경이 작아지는 테이퍼 구조이기 때문이다. 원단을 재단할 때 팁 부분의 너비가 버트 쪽보다 좁게 자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박 회장은 맨드릴을 놓아두는 작업대를 손으로 만져보라고도 했다. 매우 따뜻했다. 맨드릴과 원단의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과거 체험할 때는 다림질을 했었는데 이미 맨드릴을 따뜻하게 한 덕분에 그 과정이 필요 없어졌다. 맨드릴에 원단을 감은 뒤에는 그 위에 다시 비닐 테이프 형태의 필름을 입히는 래핑 작업을 한다. 열을 받으면 수축하는 필름을 팁에서부터 버트까지 돌돌 감는 것이다. 필름은 열처리 작업을 할 때 샤프트를 더욱 단단하게 밀착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왼손으로 필름을 잡고, 오른손으로 샤프트를 살짝 잡아주니 기계가 샤프트를 돌리면서 자동으로 감겼다.

도자기 굽듯 고온에서 열처리···시간과 온도가 관건

필름을 감은 샤프트는 도자기를 굽듯 고온의 열처리 과정을 통해 구워진다. 열처리 시간과 온도 등에 따라 샤프트의 물성이 바뀌기 때문에 정확한 과정은 비밀이다. 보통 4시간에 걸쳐 하는데 1~3차에 걸쳐 온도 변화를 주기도 한다.

열처리를 마친 샤프트는 탈형 과정을 거친다. 맨드릴을 분리하는 것이다. 뜨거울 때 곧바로 해야지 식으면 안 빠진다고 한다. 작업자들이 고로의 육중한 문을 열고 한 뭉치의 샤프트를 꺼낼 때마다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박 회장은 “작업을 하다 화상을 입기도 한다”며 자신의 손목에 남은 흉터를 보여줬다. 탈형 후에는 맨드릴에 남아 있는 수지도 칼과 걸레 등을 이용해 곧바로 제거해야 한다.

맨드릴을 제거한 샤프트는 고속 절삭기를 이용해 정확한 길이로 자른다. 미리 길이를 세팅해 놓는데 두미나는 일반적인 샤프트보다 1인치 작은 45인치로 커팅한다고 했다. 박 회장은 “46인치로 제품을 출고하면 피팅 숍에서 팁 부분을 잘라서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샤프트 플렉스 등 전체 특성이 달라진다”며 “우리가 의도한 특성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45인치로 제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험을 도와주던 작업자는 “샤프트를 절삭기에 강한 힘으로 밀지 말고 부드럽게 밀어주라”고 했다. 그래야 매끈하게 잘리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는 샤프트에 감긴 필름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작업자가 면도칼을 엇비슷한 각도로 눕혀 잡고 샤프트 겉을 감싸고 있던 필름을 빠른 속도로 쓰윽 그으니 포가 떠지듯 맨 윗부분만 얇게 분리되면서 칼날과 엄지를 거쳐 휙 올라왔다. 대패로 고운 나무를 켤 때 경쾌하게 밀려올라오는 대팻밥을 보는 듯했다. 두어 번 실수를 하다 보면 대충 감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자칫 샤프트에 흠집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칼날을 잡고 폼을 잡아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고로에서 열처리된 샤프트를 꺼내고 있는 작업자.
가공 중간 단계에 다발로 묶여 있는 샤프트.

숙련공이 쓱쓱 연마하니 스파인 제거돼

샤프트는 고온으로 굽기 때문에 표면에 필름을 감았던 자국이 남게 된다. 이걸 자동과 수동으로 2차에 걸쳐 연마하며 없애줘야 한다. 연마 작업이 가장 까다로운 공정 중 하나다. 박 회장은 “골프 구력이 오래됐다고 해서 실력이 뛰어난 게 아닌 것처럼 손재주가 떨어지는 사람은 5년을 해도 못 한다”고 했다. 연마를 마친 후에는 CPM(분당 진동 수)과 무게 등을 체크한다. 이후에는 한쪽 작업실에서 한 직원이 샤프트를 강한 힘으로 눌러 휘게 한 뒤 뱅뱅 돌리면서 뭔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스파인을 없애는 작업이라고 했다. ‘척추’를 뜻하는 스파인은 일종의 편심으로 샤프트에 스파인이 있으면 특정 방향으로 휨이 발생할 수 있다. 연마를 통해 스파인을 없애는데, 손 감각이 뛰어난 5년 이상의 숙련공이라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제 샤프트에 옷을 입힐 차례다. 도색이다. 그에 앞서 물과 시너를 이용해 샤프트에 묻은 미세 먼지나 카본 찌꺼기 등을 말끔히 닦아줘야 한다. 시너를 사용하는 이유는 기름기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기름기가 남아 있으면 페인트칠이 안 된다.

탈형 과정.
하도 작업을 끝낸 샤프트.
로고 인쇄 작업.

밑칠 후 도색···품질관리 위해 10일마다 파괴 테스트

도색의 첫 번째 단계는 하도다. 바탕 색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자동차를 도색할 때 맨 먼저 퍼티(현장에선 흔히 ‘빠다’라고 부름)를 바르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주로 검정이나 흰색을 사용한다. 이 단계에서 미세한 무게 조정도 이뤄진다. 한쪽에 구멍이 뚫린 페인트 통에 샤프트를 끝까지 밀어 넣은 뒤 통을 기울여주면서 샤프트를 빼내면 페인트가 입혀졌다. 샤프트를 빼내는 속도와 페인트 통의 기울기 등을 감으로 익혀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체험 도중 통을 너무 오랫동안 기울이는 바람에 페인트를 살짝 쏟고 말았다.

밑칠이 끝났으면 본격적인 색 입히기다. 자동 스프레이를 이용하는데, 한 번으로 색을 칠하는 게 아니라 4회 정도 반복 작업을 한다. 그래야 색이 선명하게 입혀진다. 색조가 자연스럽게 점차 변하는 그러데이션을 표현할 때는 12회까지도 한다고 했다. 샤프트에 반짝이는 효과를 줄 때는 ‘이온 증착기’를 이용한다. 한 대에 8억 원이나 하는 고가 장비로 진공 상태에서 알루미늄이나 티타늄에 빛을 쏴 샤프트에 도금을 한다고 했다. 도색을 마친 샤프트에 전사지로 로고 등을 인쇄하면 제조 공정이 모두 끝난다. 이후 완성품은 보관 창고로 이동한다.

두미나는 일정한 품질 유지를 위해 10일에 한 차례씩 ‘파괴 테스트’를 한다고 했다. 체험을 하는 날 마침 파괴 테스트도 지켜볼 수 있었다. 샤프트의 팁, 버트, 센터 부분을 기계의 힘으로 눌러 부러질 때까지의 압력과 부러지는 형태 등을 확인한다. 연구원은 “구체적인 수치는 알려드릴 수 없지만 임팩트 때 가장 많은 힘을 받는 팁 부분이 센터나 버트보다 약 2~3배 강하다”고 했다.

파괴 테스트 중인 연구원.

두미나의 샤프트 제조 주요 공정

1. 재단= 카본 원단을 설계한 크기와 모양대로 자른다. 가늘고 긴 원단은 스트레이트 층을 이루고, 세모나 마름모 모양의 조각은 보강 층으로 사용된다.

2. 성형= 원단을 맨드릴에 감는 작업. 샤프트의 모든 부분을 일정한 압력으로 눌러주면서 감는 게 중요하다. 이후 압착을 더하기 위해 기계를 이용해 필름을 돌돌 감아준다.

3. 열처리= 고로에서 온도를 달리해 가면서 약 4시간 굽는다. 수지가 녹으며 카본 원사와 밀착한다. 시간과 온도에 따라 샤프트 물성이 달라진다.

4. 탈형= 맨드릴과 샤프트를 분리하는 작업. 뜨거울 때 곧바로 해야 한다. 맨드릴에 남아 있는 수지 찌꺼기도 칼과 헝겊 등을 이용해 제거한다.

5. 커팅= 샤프트의 양쪽 끝을 고속 절삭기를 이용해 자른다. 샤프트를 감싸고 있던 필름도 제거한다.

6. 연마= 샤프트 표면을 매끄럽게 갈아내는 작업이다. 열처리 과정에서 필름이 수축하면서 샤프트에 자국이 남게 되는데 이런 부분을 연마한다. 작업을 마친 후에는 샤프트 강도와 관련된 CPM과 무게도 확인한다.

7. 스파인 검사= 샤프트에 스파인(척추)이 있으면 한쪽 방향으로 뒤틀림이 생기게 된다. 때문에 스파인이 있으면 그 부분을 살짝 연마해 없앤다. 숙련공이 샤프트를 휜 채 빙빙 돌려가며 검사한다.

8. 세척= 물과 시너를 이용해 샤프트에 묻은 미세한 먼지나 카본 찌꺼기를 제거한다. 이물질이나 기름기가 남아 있으면 도장 작업이 제대로 안 된다.

9. 하도= 도색에 앞선 밑칠 작업으로 주로 검정이나 흰색을 이용한다. 이 단계에서 미세한 무게 조절도 이뤄진다.

10. 도색= 자동 스프레이를 이용해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4회 정도 반복한다. 그래야 색이 잘 입혀진다. 그러데이션을 표현할 때는 좀 더 많이 한다.

11. 인쇄= 전사지를 이용해 로고 등을 인쇄한다. 이후 최종 검사까지 마친 뒤 창고에 보관한다.

12. 파괴 테스트= 측정 기계를 이용해 10일마다 샤프트의 팁, 센터, 버트 부분을 부러뜨리면서 품질을 확인한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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