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15에 “한일은 파트너” 尹 이례적 메시지, 일본 호응 뒤따라야
윤석열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은 단순히 빼앗긴 국권을 되찾는 것이 아니었다”며 공산 세력에 맞선 자유 민주주의 수호, 산업화·민주화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현대사가 곧 독립운동의 연장선이라는 인식을 밝혔다. 그는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며 “결코 이러한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라며 대일 관계를 비중 있게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남침 시 일본 내 유엔사 후방 기지 7곳이 ‘자동·즉각 개입’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일본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는 ‘안보 파트너’라고 했다. 반일·극일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게 일반적이었던 역대 대통령의 8·15 경축사와 달리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로 규정하며 한일 협력 관계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 시절 파탄 직전까지 갔던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한국 대통령으론 12년 만에 양자 정상회담을 위한 일본 방문에 나섰고, 기시다 총리의 서울 답방이 이어졌다. 최대 걸림돌이던 징용자 배상 문제도 ‘제3자 변제안’을 제시해 물꼬를 텄다. 문재인 정부가 파기 선언까지 한 한일 지소미아(군사정보보호협정)가 정상화되고, 정상 간 셔틀 외교가 재개될 만큼 양국 관계가 회복된 것은 윤 정부가 선제적으로 손을 벌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 정부로선 국내 정치적 부담과 반발을 감수한 ‘통 큰’ 결단이었지만 일본 측 호응이 아직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일본 정부는 징용자 배상에 일본 기업들이 참여하는 일부터 여전히 막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제시한 ‘한국 전문가 참여’ 등의 선결 사항에 한 달 넘게 답을 주지 않는가 하면, 이번 주말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 때 오염수 문제를 의제로 끌어올리려는 무리수까지 두고 있다. 지지율 만회를 위해 ‘일본인 납북자 송환’을 추진하는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건너뛰고 북한과 비밀 접촉에 나섰다는 말도 나온다.
일본의 태도는 실망스럽지만 예상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대방의 뒤통수를 치는 일이 되풀이되면 어렵게 찾아온 관계 개선 기회를 망칠 수 있다. 파국에 빠졌던 양국 관계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은 대단한 용기와 인내심을 요구한다. 한국은 서둘지 말고, 일본은 재 뿌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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