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기 다 된 임원만 사표 수리, 또 국민 속인 LH ‘쇄신 쇼’
아파트 ‘철근 누락’ 공사로 물의를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직 쇄신을 위한 첫 조치로 전 임원이 사표를 냈다고 발표하고는 그중 4명의 사표만 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이들 4명 중 2명은 이미 임기가 끝났고, 나머지 2명은 다음 달 임기 만료인 임원이라고 한다. 가장 책임이 큰 사장과 감사는 사표 제출 대상도 아니었다. 어차피 그만둘 임원을 앞세워 ‘사과 쇼’를 한 꼴이다.
LH의 쇼는 처음도 아니다. 임직원 11명이 개발 예정지 주변 땅을 사들여 막대한 차익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던 2021년에도 “쇄신”을 내세우며 임원 4명을 경질했다고 발표했는데, 이 중 2명은 임기가 며칠 안 남은 인물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경질된 임원들에게 연봉 1억원의 사내 대학 교수 자리까지 마련해주었다.
국가를 대신해 택지 개발, 주택 분양을 하는 LH는 임직원의 공공 의식과 도덕성이 높아야 한다. 하지만 어느 공기업보다 직업 윤리가 형편없다. 지난 4월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후 LH는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단지 102곳을 조사한 결과 15곳에서 철근을 빼먹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5곳이 더 있었다. 직원들이 철근 누락이 “경미하다”며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철근 보강 공사를 하면서 입주민에게는 페인트 도색 공사인 것처럼 속였다.
철근 누락 아파트 중 절반 이상에서 LH 출신이 영입된 업체가 감리 업무를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가 LH와 수의계약을 통해 따낸 일감이 최근 3년간 77건, 2300억원대에 달했다. 2년 전 직원 땅 투기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일부 LH 직원들은 “우리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느냐”고 반발해 국민 분노에 불 지르기도 했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윤리 의식 결여가 만연한 공기업이 문재인 정부 시절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정권 코드를 잘 맞췄다고 3년 연속 A등급을 받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이제 LH 자체 쇄신은 기대할 수 없다는 게 명백해졌다. 사장을 교체하고 외부 전문가를 경영진에 투입해 전면적인 쇄신을 이뤄내는 방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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