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국가로서의 한국은 왜 무능해졌나
안일·무능·부주의… 국가에 만연
입법 교착·입법 폭주, 국회는 엉망
사법부·선관위도 빨간불
법·원칙은 진영 논리로 대체
한국 민주주의는 자살 중
빠른 해결 없으면 정말 위험해
새만금 잼버리 사태를 보며 진심 부끄러웠다. 어떻게 이토록 안일하고 무능할 수 있나. 잼버리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애초 잘못된 장소를 고집한 전북도에 있다. 무능한 데다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다. “대회 준비에 차질이 없다”고 큰소리친 여가부도 책임이 가볍지 않다. 중앙 정부의 책임은 없는가. 이 정도 국제 행사라면,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사전에 꼼꼼히 점검해야 했다. 사실 국무조정실은 다섯 달 전 범정부TF를 꾸렸다. 두 달 전 한덕수 총리가 현장 점검까지 했다. 그게 다 맹탕이었다. 문제가 터지자, 총리는 몸소 변기 오물까지 닦았다. 총리가 진짜 할 일은 그게 아니다.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도 부주의했다. 국가의 주요 현안이 어떤 상태인지 대통령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
이런 안일과 무능, 부주의가 국가 전반에 만연해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속이 탈 것이다. 지난 6월, 대학입시를 담당하는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이 갑작스레 경질되었다. 대통령이 교육 개혁에 관해 “몇 달간 지시하고, 장관도 이에 따라 지시한 지침을 국장이 버티고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국정원 인사를 둘러싼 내부 분란도 자못 심각했다. 그동안 원칙 있는 대북 정책을 강조해 온 윤 대통령이 최근 통일부 장관을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지난 7월, 윤 대통령은 11개 정부 부처 차관을 새로 임명했다. 부처에 회초리를 들고 간 ‘대통령의 차관들’이다.
주요 헌법기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입법교착과 입법폭주가 일상화된 국회가 대표적이다. 새 정부 이래 국회는 방탄국회다. 각종 범죄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다수 의원들이 불체포특권 뒤에 숨어 있다. 한편 심각한 입법교착으로 국정 수행은 꽉 막혔다. 지난 5월 초까지 집권 1년간 윤 정부의 국정과제 법률안은 약 35%만 통과되었다. 그 반면 야당은 국정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검수완박법,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을 강행했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탄핵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거짓말을 했다. 조국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재판은 하염없이 시간만 끌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검수완박법 판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줬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 통과를 위해 위장탈당했지만, 헌재 다수의견은 국회법상 문제가 없다고 판시했다. 최근 고용세습의 부패가 드러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문재인 정부 때 여야에 따라 선거법 적용이 편파적이었다.
정부는 물론 모든 헌법기관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안일과 무능, 도덕적 불감증이 널리 퍼졌다. 한때 한국의 국가는 유능하고 헌신적이며, 높은 공인의식을 자랑했다. 물론 국가가 기업보다 무능해진 건 오래되었다. 하지만 최근의 양태는 퇴영적이기까지 하다. 왜 이렇게 됐나. 모든 기관에 공통된 현상은 진영 논리의 침투다. 새만금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은 모두 진영에 따른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되었다. 그게 전북도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했다. 오늘날 공무원의 무능은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희생양이 된 그들로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사법부 등 헌법기관은 문재인 정부 때 특정 진영에 점령되었다. 법과 원칙은 진영논리로 대체되었다.
상황이 정말 그렇게 심각한 건 아니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태로운 제도였다. 한국 민주주의는 위험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세계 민주주의도 2005년 정점을 찍고, 침체기에 들어섰다. 정치적 양극화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20년간 미국외교협회를 이끈 하스(Richard Haass) 전 회장은 ‘미국 민주주의’는 “국가안보적 우려 사항이 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아니라 국내정치가 미국과 세계에 더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적 양극화도 심각하다. 단순한 이념적 차이를 넘어 상대당에 적대감을 느끼는 정서적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가 심화되고 있다. 조국에 대한 입장 차이로,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각각 집회가 열린 게 대표적 사례다.
조국 사태 이후, 1987년 민주화 이래 공유해 온 국민의 상식이 깨졌다. 21대 국회의 상임위 구성이나 선거법 개정 때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 관습을 모두 깼다. 상대를 경쟁자로 보는 상호 인정(mutual toleration), 그리고 주어진 권한을 신중하게 행사하는 제도적 절제(institutional forbearance)가 무너졌다. 영원히 승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정치는 이제 ‘경쟁’에서 ‘전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는 목하 자살 중이다. 강대국의 갈림길에 선 한국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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