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부산 그리고 바다

박지윤 삼미문화재단 이사장 2023. 8.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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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삼미문화재단 이사장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로 부산의 유명한 해수욕장 부근은 밀려드는 피서차량과 인파로 북새통이다. 관광객이 여름에 부산을 찾는 이유는 뭘까? 부산에는 바다라는 소중한 자산이 있고, 바다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해양공간이 있기에 이를 즐기려는 많은 관광객이 부산을 찾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부산 16개 구·군 중 10곳이 해안에 인접해 있고, 이들 10개 자치구가 끼고 있는 해안선의 길이는 306㎞나 된다. 부산의 미래 비전제시와 매력을 말할 때마다 어김없이 해양이란 단어가 포함될 정도로 부산과 해양은 떼려야 뗄 수 없다. 그간 해양도시 부산을 위한 행정 및 민간의 많은 노력과 시도가 있어 왔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바다를 배경으로 다양한 해양정책의 결과가 무엇으로 어떻게 우리 곁에 와 있는지다. 또한 이들 정책이 부산의 발전은 물론 부산을 찾는 국내외 많은 관광객에게 얼마만큼 즐길거리를 제공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손님이 부산에 오면 태종대와 해운대 미포에서 유람선을 태워주는 것이 최고의 대접이라 인정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해상관광이 인정받았는데 수년 전부터 유람선 승객이 급격히 줄면서 성행하던 유선업이 도산하는 현실을 보며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에는 유람선 승객이 배를 타는 것만으로 만족했지만 이제는 하선해서 그곳을 둘러보고 싶어 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유선업법상 다시 승선한 곳으로 되돌아와야 하므로 관광객의 코스 만족도가 떨어져 이용객이 줄었다고 한다. 원하는 장소에 일시 하선해서 그곳을 둘러본 뒤 그 유람선을 다시 타고 원래 자리로 돌아오려고 하면 유선업이 아닌 도선업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도선업 면허가 쉽지 않다. 승·하선장 확보에도 제약이 많아 유선업 면허는 마치 시대 유물처럼 효과가 없다는 사업자의 설명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 관광객 취향은 바뀌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나 여건이 못 따르니 성황리에 운영되던 부산의 유람선업이 쇠퇴의 길을 걷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운영되던 해상관광업을 지키지 못하고, 그동안 해양관광·레저를 실행한 정책이나 사업 또한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러면서도 과연 부산의 미래 먹거리는 바다와 해양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얼마 전 부산시가 해상관광과 교통수단으로 해상택시 도입을 발표하고 민간사업자를 선정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한 콘텐츠로 매우 기대가 크지만 과거 1992년부터 시도해 온 수륙양용버스가 그동안 각종 법규와 제도, 진행 과정에서 도출된 여러 문제점으로 사업 철회와 재개를 반복하고 이제는 법정소송으로 비화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과정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행정의 적극 지원, 과감한 규제 개선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

해양레저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기구를 이용해서 물에 들어가는 행위만 해양레저라 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바다를 보면서 사색하고 바닷길 산책도 하며 때론 각종 레저기구를 이용해 바닷물과 접하는 행위 모든 것에 해양레저의 의미가 있고,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관련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해양레저는 활성화될 수 있다고 본다. 해양관광과 레저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변이나 해양공간에 일반 대중이 쉽게 즐기고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편익시설, 마니아들의 장비 보관과 해상 활동을 위한 다양한 기능시설 확충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1986아시안게임, 1988올림픽을 위해 만든 수영만요트경기장의 재개발이 답보 상태에 있는 게 현실이다.


관련법 역시 규제가 아닌 지원·육성에 초점을 두고 과감한 지원으로 민간사업자의 투자욕구를 촉진시키는 것 또한 행정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2030엑스포 유치를 위해 전 국민의 의지와 힘을 모으고 있다. 월드엑스포의 성공적 유치와 개최는 당연히 부산과 같이하는 바다, 해양이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으며 해양공간의 적절한 이용과 가치증진이야 말로 부산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부산과 바다, 해양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자연과 인간 그리고 공간이 같이 공존하고 어우러질 때 진정 부산의 바다는 더 넓어지고 아름다워지고 그 가치는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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