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채상병 조사’ 前수사단장 주변에... 꾼들이 달라붙었다

노석조 기자 2023. 8.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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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훈(왼쪽) 군 인권센터장과 김정민 변호사가 지난 2018년 계엄문건 논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채수근 상병 사망 조사 결과를 경찰에 무단 이첩한 혐의를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주변에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지난 11일 용산 국방부 군 검찰단 앞에서 박 전 단장이 ‘수사 전면 거부’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 때였다. 한쪽에 김어준 방송에 자주 출연한 김정민 변호사가 박 전 단장 뒤에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김 변호사는 2018년 계엄문건 과장·선동 논란을 일으키며 정치권과 보조를 맞춰 여론몰이 하던 인사들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 10일에서야 공동 법률대리인으로 선임됐다고 한다. 사건 초기부터 국방부 측과 법리 중심의 다툼을 해온 변호사는 뒤늦게 선임된 김 변호사가 박 전 단장을 데리고 기습적으로 방송에 나갈 줄은 몰랐다고 한다. 군법의 수호자라는 수사단장이 예정된 군 검찰단 출석은 뒤로하고 방송국으로 달려가 자기 주장을 펴는 것은 상식 밖이다. 해병대 안팎에서도 “내가 알던 박정훈이 맞나”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정치적 행위로 비쳤기 때문일 것이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뉴스1

임태훈 군인권센터장도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등 박 전 단장의 변호를 자처하며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하지만 임 센터장 또한 계엄 문건 과장·선동 논란의 당사자다. 그는 기무사령부(현 방첩사) 기밀 문건 유출·왜곡 공표 혐의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다. 여야 정치인들도 연일 채 상병 건을 소재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에 마련된 고 채수근 상병 빈소에서 해병들이 헌화와 분향을 한 후 경례하고 있다. /뉴스1

해병대전우회는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일체의 외부 간섭이 있어선 안 된다”면서 “모두 자중한 가운데 법과 원칙에 따라 이번 사건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마무리돼야 한다”고 했다. 정치적 의도를 가진 이들이 달라붙을수록 사건은 산으로 가고 ‘사고 발생 원인’ ‘책임자 규명’ 등 진짜 밝혀야 할 것은 밝혀지기 어려워질 수 있다. 온 국민을 안타깝게 한 사건을 가지고 정치 장사를 하려는 행태는 근절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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