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2시 22분 또각또각… 공포가 당신을 찾아온다
호러극 ‘2시 22분-고스트 스토리’
무대에 불이 들어오면, 한 여자가 불안하게 집 안을 오간다. 발자국 소리만 들리는 거실, 디지털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2시를 조금 넘었다. 통유리창 바깥이 어두운 걸 보니 아마도 새벽. 문 밖 센서등이 갑자기 켜지거나, 누르면 소리 나는 인형을 밟을 때마다 여자는 깜짝깜짝 놀란다. 그리고 2시 22분, 갑자기 무대에 불이 꺼지며 이 세상 것이 아닌 듯 거대한 비명 소리가 객석을 날카롭게 할퀴며 휩쓴다. 등골이 서늘해진다.
내달 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공연 중인 ‘2시 22분 – A Ghost Story’는 드물게 만나는 호러 연극이다.
남편 ‘샘’(최영준·김지철)과 아내 ‘제니’(아이비·박지연)는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낡은 집에 살고 있다. 샘이 천문학 책을 쓰느라 외딴섬에 다녀오는 동안, 제니는 갓난쟁이 딸 ‘피비’를 돌보며 혼자 집을 지켰다. 그 기간, 매일 새벽 2시 22분만 되면 2층의 아기방에서 또각또각 알 수 없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는데, 남편은 믿어주지 않는다. “새집과 육아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신경과민일 뿐”이라는 샘을 제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남편의 오랜 친구인 ‘로렌’(방진의·임강희)과 파트너 ‘벤’(차용학·양승리) 커플 앞에서 제니는 말한다. “분명히 소리를 들었다”고. “방문을 열고 불을 켜면 아무도 없는데, 분명 방금까지 누군가 그 방에 있었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금, 누군가 이 집 안에 있어요.”
설명하기 어려운 초자연적 현상 앞에서 사람들은 각자가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대로 반응한다. 이성과 과학, 합리적 사고를 신봉하는 남편은 “다 설명할 수 있다”며 불안이 극에 달한 아내 제니의 말을 아무렇지 않은 듯 넘기려 한다. 설상가상 로렌은 부부의 충돌을 슬쩍슬쩍 부추기고, 그 파트너 벤은 제니보다 더 적극적으로 초자연적 존재를 긍정한다. 과학과 주술, 이성과 비합리 같은 충돌하는 가치에 대한 인물들의 대화는 지적이고 고급스럽다. 이 네 사람의 대화가 마치 소용돌이 나선을 그리듯 공포와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음향 효과로 빚어내는 비명 소리는 무대 위 배우 4명에 더해지는 이 연극의 ‘다섯 번째 배우’. ‘제니’역 박지연 배우는 최근 인터뷰에서 “갓난 딸을 지키기 위해 아기방에 십자가를 걸겠다는 제니를 남편이 막아설 때, 제니의 절박한 목소리가 여우의 비명 소리에 오버랩된다”며 “생각해보면 그 비명은 단순히 섬찟하기만 한 게 아니라 극의 많은 부분이 농축된 슬픈 비명 소리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 근래 설치된 독일제 이머시브(Immersive·몰입형) 음향 장비는 극장을 입체적으로 가로지르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언론 간담회에서 연출가 김태훈은 “연극은 영화 같은 시각 특수효과를 쓸 수 없으니 소리에 공연의 성패가 달렸다고 생각했다. 예측 못 할 호흡을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시카고’ ‘레드북’ ‘아이다’ ‘물랑루즈’ 등 다양한 무대에 섰던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 아이비의 첫 연극 출연작으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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