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니김, 전세계 한식당 최초로 미쉐린 별… 발효음식으로 뉴욕서 승부
세계 최고 셰프들은 자기 나라의 식문화 전통을 살리고 독창적으로 응용하는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노마(NOMA)’를 운영하는 르네 레드제피의 ‘노르딕(Nordic)’ 음식을 필두로 유럽이나 남미, 동남아 여러 나라 셰프들이 보편적으로 유행하는 음식의 범주를 초월하여 자국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경쟁을 하고 있다.
세계 외식의 각축장인 뉴욕에서 미쉐린 별을 받은 한국 식당은 아홉 군데다. 과거 한식당이 한인이 외국 손님을 데려와서 소개하는 곳이었다면 지금은 뉴요커들이 자신의 지갑에서 돈을 내서 방문하는 장소가 됐다. 뉴욕타임스, CNN 등의 유력 매체도 “이제 미국인들은 한식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등의 제목으로 앞다투어 기사를 쓴다.
요즈음 트렌드인 모던 한식, 전통 발효 음식, 한우 오마카세, 그리고 전통적으로 서양의 장르라고 여겨졌던 제빵과 디저트의 영역까지. ‘오트 퀴진(Haute cuisine, 고급 다이닝)’의 최전선 뉴욕에서 한국 음식 문화의 정통성을 알리는 셰프들을 소개한다.
후니김 셰프의 한식
뉴욕 한복판에서 한국의 전통 발효 음식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후니김(51) 셰프가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뉴욕에 위치한 그의 첫 레스토랑 ‘단지(Danji)’는 2011년 전 세계 한식당 중 최초로 미쉐린 별을 받았다. 이때부터 넘사벽으로 여겨지던 미쉐린의 아성에 많은 한인 셰프가 도전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K푸드 발전에 큰 계기가 마련되었다.
후니김은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살았다. 그의 어머니도 음식 솜씨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자라면서 제대로 된 한식을 맛보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다른 셰프들보다 더 한식을 연구하고 깊이 파고들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늘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한국의 시골에 대한 동경과 낭만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매년 한두 차례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제주도의 ‘오지나’에 들러 전통 장과 발효 음식, 약재를 배우고 11월이면 전북 무주에서 김장을 담근다. 또한 경북 포항의 ‘죽장연’과 협업하여 자신만의 장을 담가 사용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그는 뉴욕에서 운영하는 자신의 레스토랑에 조금이라도 더 한국적인 콘텐츠를 흡수해서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한다. 서울 ‘리북방’의 최지형 셰프와 협업해 북한 순대를 선보이고, 인근 브루클린에서 한인 교포 앨리스가 만드는 ‘하나막걸리’를 소개, 판매하는 등이다. 경북 안동 농암종택의 가양주 ‘일엽편주’처럼 구하기 어려운 한국 전통주도 공수해서 특별한 손님에게 제공한다.
후니김의 요리 철학은 “한식에 자부심을 갖는 것”이다. ‘다니엘’에서 일하면서 느꼈던 프랑스 셰프들의 자국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 무척 부러웠다고 기억하며 반드시 한식으로 정체성과 자부심을 펼치겠다는 생각을 품은 지 오래되었다. ‘단지’, ‘한잔’, ‘메주’와 같은 본인 레스토랑의 이름들, 자신이 출판한 요리책 제목 ‘나의 코리아(MY KOREA)’에서도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이 물씬 풍긴다. 그래서 그의 음식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트렌드를 따라 하는 뉴욕이나 청담동의 다른 한식당들과 차이가 크다. 작년에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 ‘메주’에서는 한국의 발효 음식을 중심으로 구성한 일곱 가지 메뉴를 185달러에 선보인다. 된장국, 간장과 모듬전, 고추장과 회, 그리고 젓갈과 김치를 곁들인 고기와 솥밥이다. 훌륭한 한식 재료를 놔두고 러시아 캐비아와 이탈리아 트러플을 쓸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재료의 품질에서 타협하지 않는다. 배추를 비롯한 모든 야채를 인근 농장에서 구입하고 장을 비롯한 각종 양념은 한국에서 공수해서 사용한다. 한식의 가장 본질적인 장의 깊은 맛과 좋은 식재료, 그리고 전통 풍미의 재현이 목표다. 뉴욕타임스는 “이 도시의 한식을 새롭게 정의한 셰프”라는 평을 했다.
후니김 셰프는 또한 ‘요리천사’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한국의 보육원생들에게 다양한 셰프가 만드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참석하는 서울의 레스토랑만 열 군데가 넘는다. 일반적으로 보육원의 식사는 품질이 좋지도, 맛있지도 않다. 당연히 아이들은 음식을 그저 한 끼를 때우는 수단으로만 여긴다. 맛있는 음식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그리고 간혹 18살이 되어 보육원을 떠나야 할 때 미래의 셰프를 꿈꾸는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함이다. 비영리단체의 이름 그대로 ‘천사 셰프’를 양성하는 것이 꿈이다.
현재 알려진 국내외 많은 고급 한식당 중에서는 세계의 조류에 맞추어 식재료나 상차림을 흉내 내는 경우가 많다. 최초로 분자 음식을 선보인 스페인 ‘엘 불리(El Bulli)’처럼 새로운 하나의 장르를 개척한 한식당은 아직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발효 음식을 바탕으로 후니김이 연출하는 한식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 ‘숫자’와 ‘이상’ 중에서 후니김 셰프는 후자를 선택했다. 후니김은 잘 알려진 스타 셰프지만 고객 한 명 한 명을 집에 찾아온 손님처럼 특별하게 대한다. 이런 노력에 손님들은 그의 음식을 먹으며 셰프의 철학, 친절과 더불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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