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얼음 사나이' 패트릭 캔틀레이가 빠진 함정
[골프한국] 패트릭 캔틀레이(31·미국)에겐 두 개의 별명이 따라다닌다. '패티 아이스(Patty Ice)'와 'Quiet Robot(침묵의 로봇)'. 얼음처럼 차갑고 냉정하게 자신만의 경기를 펼치는 데서 나왔다. 표정 변화나 제스처도 없다. 입은 굳게 닫혀 있다.
2021년 8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페덱스 BMW챔피언십에서 당시 '필드의 헐크'라는 별명을 들으며 장타를 휘두르던 브라이슨 디섐보(29)와 연장 6차전까지 벌인 끝에 우승했다. 내친김에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마저 거머쥐어 녹지 않는 '얼음사나이'의 이미지를 굳혔다.
UCLA를 나와 2012년부터 PGA투어에서 뛰기 시작, 통산 8승을 거두었다. 초반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으나 2017-18시즌에 2승, 2018-19시즌에 1승, 2020-21시즌에 4승, 2021-22시즌에 2승을 올리며 PGA투어의 강자 반열에 올랐다. 현재 세계랭킹 4위, 페덱스컵 랭킹 5위다.
결코 녹지 않을 것 같은 얼음이 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페덱스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에서 녹아내렸다. 지난 14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TPC 사우스윈드(파70)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세인트주드 챔피언십(총상금 2000만달러)에서 캔틀레이는 연장전 끝에 루카스 글로버(43·미국)에게 무릎을 꿇었다.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연장전에서 캔틀레이의 티샷은 물에 빠졌다. 일부러라도 내기 어려운 미스샷이었다. 페널티를 받고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파 퍼트마저 홀을 비켜 갔다.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최종라운드의 데자뷰였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서머린(파71)에서 열린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캔틀레이와 김주형(21)은 모두 불꽃 같은 경기를 펼쳤다. PGA투어 홈페이지는 두 선수의 대결을 '불과 얼음의 결투'로 명명할 정도로 치열했다. 캔틀레이가 차가운 얼음이라면 김주형은 활화산의 불이었다.
김주형은 마지막 라운드까지 이 대회에서 유일하게 '보기 프리' 플레이를 펼치며 캔틀레이와 1~2타 차 선두를 지키다 마지막 홀을 앞두고 동타가 되었다. 17홀까지 이어진 칼날 위를 걷는 듯한 긴장감은 18번 홀에서 깨어졌다.
그동안 드라이브 실수가 거의 없었던 캔틀레이가 모래와 자갈 덤불이 뒤엉킨 오른쪽 러프로 볼을 날렸다. 두 번째 샷으로도 탈출에 실패, 결국 언플레이블을 선언하고 날린 네 번째 샷은 물로 들어갔다. 1벌타를 받고 6타 만에 온 그린, 7타 만에 홀아웃하면서 한꺼번에 3타를 잃고 공동 2위로 주저앉았다. 활화산 김주형을 만나 얼음 캔틀레이가 속절없이 녹아내린 모습이었다. 지난주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 세인트 주드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일어난 캔틀레이의 티샷 미스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의 속편인 셈이다.
패트릭 캔틀레이의 PGA투어 골프이력을 톱아보면 그의 '얼음 사나이' 이미지가 결코 미덕으로만 작용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는 PGA투어 데뷔 이후 지금까지 160개 대회에 출전, 135차례 컷을 통과했다. 컷 통과확률이 84,37%로 정상급이다. 그중 톱10이 53회, 톱5가 34나 된다. 특이한 통계는 2위가 10회, 3위가 7회나 된다는 점이다. 2~3위가 17회나 된다는 것은 우승기회가 많았으나 놓쳤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금까지 연장전에서 패한 것이 7차례나 된다. 2017-18시즌 슈라이너 칠드런스 오픈에선 연장전서 알렉스 체이카(우승), 김민휘에 패해 3위에 머물렀고 2019-20시즌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에선 케빈 나에게 고배를 들었다. 2020-21시즌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콜린 모리카와에게, BMW챔피언십에선 브라이슨 디섐보에게 패했다. 2021-22시즌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에서 스코티 셰플러에게, RBC 채리티 챔피언십에선 조던 스피스에게 우승컵을 넘겨주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세인트주드 챔피언십 우승자 루카스 글로버의 경기 모습을 보면 가슴 속에 불과 얼음을 함께 지니고 있는 듯하다. 뜨거운 열망과 무거운 인내. 냉정한 판단, 고요한 호흡, 단호한 결단 등은 불과 얼음이 공존하면서 만들어낸 중도(中道)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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