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내내 4승이라고…" 1위 팀 에이스 벽 뚫고, 44일 만의 승리 선사한 '츤데레' 선배들 "좋아하네요"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등판 없는 날이면 청년 응원단장으로 변신하는 삼성 라이온즈 청년 에이스 원태인. 하지만 그동안 정작 자신의 승리는 잘 챙기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경기당 득점 지원율이 2점대 초반에 그쳤다.

답답한 시간이 이어졌다. 7월2일 한화전 4승 이후 승리가 뚝 끊겼다.

이후 5경기에서 4차례나 퀄리티스타트에 성공했지만 승리 없이 2패 만이 돌아왔다.

타자 선배들에게 애교 섞인 하소연을 시작했다.

"한달 내내 4승이라고 엄청 하소연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얘기해줬죠. '잘 던지면 그걸로 된거다. 승리는 할 때 되면 하게 된다'고요."

쐐기타로 원태인의 승리를 지켜준 오재일의 증언.

선발 로테이션을 꿋꿋하게 지키며 분투하는 청년 투수. 왜 안쓰러움이 없을까. 다만, 무궁무진 더 크게 뻗어갈 청년 에이스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 대선배들은 '츤데레'가 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등판 경기 마다 승리를 만들어주려 애썼다.

주중 첫 경기 15일 대구 LG전. 파죽의 5연승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압도적 1위 팀에 선발은 푹 쉬고 나온 에이스 아담 플럿코였다.

아니나 다를까 플럿코는 1회부터 완급조절과 정교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삼성 타선을 압도해갔다. 5회까지 단 3안타 6탈삼진 무실점.

오재일도 2회 2사 1,3루 찬스를 포함, 두차례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경기 후반 선배들이 원태인의 승리를 위해 똘똘 뭉쳤다. 1회 직구 승부를 하다 2실점 한 원태인은 영리하게 2회부터 패턴을 바꿨다. 주심의 성향에 맞춘 높은 변화구로 LG타선을 6회까지 무실점으로 봉쇄했다.

6이닝 7안타 5탈삼진 2실점. 102구를 던져 7회에는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다. 0-2로 뒤지고 있어 패전투수가 될 위기.

하지만 삼성 타자들이 원태인이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마지막 이닝에서 힘을 냈다. 6회말 선두 김동진의 안타에 이은 김현준 김성윤의 연속 번트 안타로 무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구자욱의 적시 내야 안타에 이어 강민호의 3루 땅볼 때 홈 송구 실책으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류지혁의 2타점 적시타로 단숨에 승부를 뒤집으며 원태인에게 승리 요건을 안겼다.

우익수 이성규는 4-3으로 1점 차 추격을 당한 7회 1사 1,2루에서 신민재의 안타를 노바운드로 포수 강민호에게 전달해 2루주자 박해민을 잡아냈다. 4-4 동점을 막고 원태인의 승리를 지킨 천금 보살.

1점 차로 앞선 8회 1사 만루에서는 오재일의 2타점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오재일은 "반드시 1점이라도 내야 하는 상황이라 외야플라이를 친다는 기분으로 쳤는데 코스가 좋아 안타가 됐다"고 이야기 했다.

'으�X 으�X' 세리머니를 소극적으로 한다고 캡틴 구자욱에게 잔소리까지 들어야 했던 순간.

삼성은 9회 LG에 2실점 하며 1점 차까지 추격을 당했지만 6대5로 승리하며 원태인에게 44일 만에 시즌 5승째(6패)를 안겼다. 지난 2021년 4월30일 대구 경기 이후 837일 만에 거둔 LG전 통산 3승째.

8회 점수 차를 벌리는 오재일의 적시타가 없었다면 원태인의 승리도 무산될 뻔 했다.

오랜만에 단상에 올라 휴일을 맞아 3루측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팬들 만난 원태인. 인터뷰를 중 전광판을 통해 단상에 올라 환하게 웃는 원태인의 모습을 흘끔 쳐다본 오재일이 무심한 듯 한마디 툭 던진다.

"(태인이가) 좋아하네요."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