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댐의 빛과 그림자②] 11. 소양강댐 물값 논란, 수리권으로 확대
2018년 취수원 이전 협약 2025년 완공
과거물값 66억원 6년간 분할 납부 협의
민선6기 논란 종지부…의견 분분 ‘여전’
댐 사용권 적용 주민 피해 불가피
상수원 수량 확보 우선 등 불공평
강원 등 ‘수리권’ 갈등 해소 시급
논란이 촉발된 지 30여 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소양강댐 물값 지급 여부를 두고 지역사회 여론은 엇갈린다. “물값 지급 자체는 아쉽지만 지역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과 “소양강댐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물값까지 낼 수는 없다”는 반대론이 상충한다. 소양강댐의 물이 누구의 것이냐는 문제는 더 복잡하다. 댐에 갇혀 있는 물이 나오는 순간부터 ‘댐 사용권’이 적용, 물에 대해 소유의 개념이 생기기 때문이다. 소양강댐 준공 50주년을 맞아 이제는 수리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 소양강댐 물값 납부 추진일지
2018년 1월
과거물값 11억원 당초예산 확보
2018년 6월
과거물값 포함 상생협력 실시협약 체결
2018년 9월
2018년도분 과거물값 납부
2018년 10월
춘천시, K-water에 지역상생발전 사업계획서 제출
2018년 11월
K-water, 지역상생발전 사업계획 확정
2018년 12월
K-water, 춘천시에 지역상생발전 사업비 4억원 교부
2019년 1월
K-water, 안정적 맑은물 공급사업 착공
2019년 3월
2019년도분 과거물값 3억원 납부
2019년 4월
안정적 맑은물 공급사업 K-water 선투자비 30억원 납부
2019년 7월
수도사업 인가 등 안정적 맑은물 공급사업 행정절차 완료
2020년 3월
2020년도분 과거물값 3억원 납부
2021년 3월
2021년도분 과거물값 5억원 납부
2022년 3월~4월
2022년도분 과거물값 10억원 납부
2023년 4월
2023년도분 과거물값 42억원 납부
■ 물값 납부 결정 그 후
2014년 춘천시와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춘천시 취수방식 선진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부터 취수원 이전과 과거물값 납부 논의가 본격화됐다. 2014년 협약 때까지만 하더라도 춘천시와 K-water는 2015년부터 취수원 이전공사에 돌입, 2017년 마무리하고 2018년부터 취수와 물값 납부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반대 여론이 극심한 데다 국비확보 등의 논의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양측은 2018년 6월 27일에서야 ‘안정적 맑은 물 공급사업 실시협약’을 맺게 됐다. 이번 협약은 소양강댐에서 소양취수장까지 취수관로 2.7㎞를 설치하는 게 골자다. 취수원을 소양강댐 안으로 이전하면서 기존 가압방식에서 자연유하식과 일부 가압방식 병행으로 취수방식이 바뀌면 연간운영비가 20억원에서 16억원으로 줄어 운영예산 절감이 가능하다는 게 춘천시 입장이다.
과거물값 납부 역시 협의했다. 2018년 6월 기준 미납 물값이 240억원이 넘지만, 소멸시효 적용으로 5년간 물값만 납부하기로 했다. 취수원 이전사업 준공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 5년간 물값 66억원(50% 33억 K-water 보조)을 6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대신 K-water는 춘천시에 댐 주변 지역 주민을 위한 상생발전 사업비 70억원을 6년간 분할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2020년 완공을 약속했던 취수원 이전 사업은 2023년 현재까지도 완료되지 않고 있다. 관로 교체와 수열에너지융복합클러스터 사업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춘천시와 K-water는 안정적 맑은물 공급사업 실시협약을 변경했다. 사업 규모는 155억원에서 294억원으로 늘었다. 당초 14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춘천시는 2025년 완공을 예상하고 있다.
■ 지역사회 여론 여전히 양분
민선 6기인 최동용 시장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협약이 체결, 물값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게 됐지만 막판까지 지역사회 여론은 양분됐다.
민선7기 시장을 역임한 이재수 시장이 협약 체결 직전, 당선인 신분으로 물값 협약 재검토를 시사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재수 시장 당선인측은 기자들에게 “의회 동의 등 절차를 모두 거쳤다고는 하지만 과연 협약이 시민의 정서를 명확하게 반영했는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며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다시 받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불편한 기류는 2019년에도 이어졌다. 2019년 4월 16일 춘천시와 K-water는 물분야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한다. 그 동안의 갈등을 해결하고 소양강댐 친환경 활용 방안 등에 대해 협력을 다짐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당시 이재수 시장은 소양강댐 건설로 인한 지역의 소외감, 상실감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이재수 시장은 “소양강댐으로 인한 주민 정서를 잘 아실 것이라 보고 이를 드러내지 않겠다. 오늘 협약을 새로운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물값 지불에 대해서도 “원치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전임 시정에서 결정된 사안이고 시의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물값을 냈어야 했는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춘천시의장을 역임한 이건실 대한노인회 강원특별자치도연합회장은 “춘천시의원 시절 물값이 반영된 예산안이 상정되면 부결시켰다”며 “민선 6기 당시에 물값 협약을 체결했어야 했는지, 다른 방법은 없었는 지 지금도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이어 이 회장은 “소양강댐 건설로 인한 춘천의 피해는 말도 못하게 많은데 이렇다 할 보상을 받지 못 했다”며 “이제라도 제대로된 보상과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은 “물값 문제가 남아 있어야 수리권 문제를 이슈로 만들고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면서도 “춘천시와 K-water간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를 중재해야 하는데 결국 법의 판단에 맡긴다고 했을 때 우리(춘천시)가 이기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했고 현실적인 부분에서 물값 납부에 대해서 동의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전기료 절감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정책,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 봤을 때 취수원을 옮기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며 “물론 아직까지 남아있는 물값 납부에 대한 정서적 반감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
■ 수리권 재정립 필요성 대두
현재의 댐사용권 개념으로는 수도권을 포함한 한강 하류지역 주민들을 위한 강원도민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15일 K-water 소양강댐지사에 따르면 소양강댐은 하루 387만t 중 79.3%인 307만t을 강원도 지역 일부를 포함한 하류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나머지 80만t 역시 대부분 하천유지용수와 농업용수로 사용된다. 수도권에 맑은 물을 내려보내 주기 위해 소양강댐 주변 230㎢가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됐고 하류 2.5㎢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 각종 개발에 제약을 받고 있다. 충주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충주댐의 하루 용수 공급량 748만t 중 서울·경기·인천에 공급하는 규모는 708만t으로 94.7%에 달한다. 충주댐 주변 역시 상수원보호구역이 1.65㎢, 수변구역이 21㎢로 집계됐다. 두 댐에서 발생하는 발전·용수 판매 수입은 연간 2622억원이지만 주변 지자체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지원금은 총 101억원으로 전체 수입의 3.8%에 불과한 실정이다.
김문숙 책임연구위원은 “A지자체가 물을 사용해야 될 때 한강홍수통제소의 허가를 받는 데 이때 팔당상수원의 수량을 기준으로 배분 여부를 판단한다”며 “지역에서 물을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상수원 수량 확보가 우선인 점은 불공평하다. 필요할 때 물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리권 개념 확립에 대한 지역사회 차원의 움직임은 계속 되고 있다. 강원연구원과 충북·인천·경기연구원은 공동 연구를 통해 수리권을 둘러싼 쟁점을 점검하고 갈등 해소 방안을 마련한다. 결과는 이달 말 도출될 예정이다. 수리권 재정의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오세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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