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막연한 믿음'으로 내디딘 용기 있는 첫발[TF인터뷰]
데뷔 29년 만에 '보호자'로 첫 장편 연출 도전
"쥐뿔도 없는 자신감으로 연출 도전하게 돼"
오는 15일 개봉하는 '보호자'(감독 정우성)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정우성 분)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정우성은 개봉을 앞둔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작품을 선보이게, 드디어 국내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친 그는 "이곳이 제 플레이그라운드잖아요. 한국에서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해요. 해외에서 느낀 환호성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늘 있었거든요"라고 떨리는 마음을 전했다.
'증인'(2019)을 끝내고, 액션 장르에 도전하고 싶었던 그는 먼저 배우로서 '보호자' 대본을 받았다. 뻔하고 클리셰 한 이야기였지만, '감시자들'(2013)을 함께 했던 PD와 인연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그는 "현장에서 열심히 하는 후배가 작업한다는 걸 듣고 사적 마음도 분명 들었겠죠. 다른 신인 감독이 연출하기로 했었는데, 사정상 할 수 없게 됐어요. 큰 그림을 그린 걸 수도요(웃음). 이미 스케줄을 비워놨으니까 연출도 해볼까? 라는 마음이 생겼어요"라고 회상했다.
정우성은 10년의 수감 생활을 마친 뒤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수혁 역을 맡아 감독이자 주연 배우로 활약했다. 극 중 수혁은 출소 후, 오랫동안 사귄 여자친구 민서(이엘리야 분)을 만나러 가서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수혁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겠다고 결심하지만, 그가 몸담았던 조직에서는 그의 삶을 철저히 망가뜨리려 한다.
결국 수혁은 납치된 딸을 구하는 과정에서 가장 폭력적인 상황에 놓이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를 연기한 정우성은 대사가 워낙 적었던 탓에 표정으로 여러 감정을 드러내기 위해 집중했다고. 그는 "이 정도 연기 레이어라면 연출을 해도 피로감을 감당할 수 있겠더라고요. 클리셰 한 스토리를 저답게 풀어보려고 했어요. 계속 뒤틀면서 새로운 도전을 했죠. 이를 성공시키면 영화계에 나름 의미있는 도전이 될 것 같았어요"라고 설명했다.
"이미 수혁이 선택했기 때문에 뚫고 나가야죠. 클리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얇게 그려나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전사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현재에 아이의 엄마가 남자에게 하는 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를 인상 깊게 그리려고 했어요."
'보호자'는 클리셰가 많은 작품이다. 이를 진부하게 풀어내지 않기 위해 레퍼런스를 멀리했고, 오롯이 '나 다운 연출'을 찾으려 노력한 신인 감독 정우성이다. 그는 "대본을 읽을 때 저도 피식거리는 포인트들이 있었어요. 이를 잘 살리고 싶었죠. 사실 다 상남자인 척하지만 하남자거든요. 이를 다 살리면서 관객들도 실소하게끔 만들고 싶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정우성은 현장에서 어떤 감독이었을까. '현장은 고민의 테이블이 아닌 실행하는 공간'이라고 단호하게 말한 그는 우유부단하지 않고 명확하고 명료한 감독이 되려 했다고. 정우성은 "아무래도 초반에는 모두가 낯설죠. 감독으로서 저를 입증하기 위해 뻔뻔하게 밀고 나갔어요"라고 전했다.
"감독은 책임지고 끌고 가야돼요. 저는 결단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우유부단하면 그 시간 동안 제작비가 오버되고 신뢰가 무너지고 여러 가지 영향을 주거든요. 연출법을 따르려고 한 감독님은 없었지만, 김성수 감독님을 많이 닮은 것 같아요. 가장 많이 작품을 했으니까요.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책임을 얼마만큼 멋지게 수행하는지 다 봤거든요. 그게 감독으로서 정말 바람직한 자세라고 생각했고요."
이렇게 자신이 의도한 부분을 충실히 따르려고 한 정우성은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까 궁금하기도, 불안하기도 해요. 한 분이라도 더 이 영화를 보시고, 감독 정우성이 사용한 언어에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전하면서도 "제가 현장에서 느낀 과정에 대한 만족도는 좋아요. 적성에 맞는 자리였던 것 같아요. 함께 참여했던 스태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감독이었어요"라고 자신했다.
배우 정우성의 필모그래피는 다채롭다. '비트'(1997)로 얻은 청춘의 아이콘이나 '짜릿한 비주얼'이라는 수식어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다채로운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 변주를 꾀한 덕분이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제작자이자 연출자, 그리고 이제는 감독이 됐다. 이렇게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로 "쥐뿔도 없는 자신감"을 꼽은 정우성은 연출의 가능성을 열어 두며 기대감을 높였다.
"막연하게 '언젠가는 연출을 할 거야'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관객들에게 많이 사랑받아야 그다음 계단을 올라갈 수 있어요. 그런데 시사회를 마치고 영화 관계자들이 재밌는 단어를 택하더라고요. '매력적인 영화'라고 표현했어요. 매혹적, 그리고 매력적이라더라고요. 그래서 제 연출작에 대한 기대가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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