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충현]화장품과 홍삼이 아닌, 한국 관광의 새 얼굴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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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에 모인 스카우트 대원들이 전국 각지로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대원들이 무엇을 관광하고 즐기면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기억할까"였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66%가 쇼핑을 목적으로 하며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지출의 68%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해 쓴 지출의 94%는 쇼핑에 쓰인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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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은 일반 관광객으로 왔다면 방문하기 어려운 기업 체험공간과 박물관, 사찰 등을 둘러봤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를 관통하는 일관된 이미지나 기억을 안고 가기에 과연 충분했을까 하고 생각하면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며 한국 여행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그럼에도 외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는 코스는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로 한정 지으면 남산타워와 경복궁, 명동과 인사동, 청계천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 개별 여행을 오는 일본인 관광객이 늘며 널리 알려진 명소 대신 서울의 ‘소박한 얼굴’을 즐기려는 수요가 늘고 있긴 하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가거나 용산구 한남동 편집숍을 들르고 식사로 닭한마리를 먹는 식이다. 하지만 여러 명이 한 번에 움직이는 단체 관광은 기존 ‘명소 들르기’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중국 정부가 그간 금지해온 한국 단체 관광을 전면 허용하며 면세, 유통, 관광업계는 대규모 단체 관광객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발길이 끊긴 지 약 6년 만이다. 제주로 향하는 중국 크루즈선 예약이 줄을 잇는 등 중국 관광객 수요가 꿈틀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맞이할 한국은 지난 6년간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지금까지 중국 단체 관광의 코스는 주요 명소 방문과 쇼핑으로 이뤄져 왔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66%가 쇼핑을 목적으로 하며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지출의 68%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해 쓴 지출의 94%는 쇼핑에 쓰인 돈이다. 여행업계 관계자에게 중국인들이 왜 쇼핑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지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바꿔 말하면 쇼핑 외에는 한국에 올 이유가 딱히 없는 것입니다. 웬만한 관광지를 다녀도 다 중국보다 규모도 작고 감흥이 덜하거든요.”
중국인 단체 관광이 끊기기 전인 2017년과 비교할 때 한국의 위상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문화상품을 만들어 낸 덕에 한국인처럼 거리를 걷고 한국인처럼 먹으려는 이들이 줄줄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 시장은 이런 수요에 발 맞추지 못한 채 체질 개선의 골든 타임을 놓친 것처럼 보인다.
기존의 관광 명소들이야 물론 역사성과 대표성 면에서 뒤처지지 않는 한국의 얼굴이다. 이제는 여기에 더해 관광객의 재입국을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요소가 필요한 시점이다. 영국 런던의 빅벤을 두 번 보기 위해 런던을 두 번 가는 관광객이 적듯 경복궁이나 청계천을 두 번 보기 위해 한국을 다시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을 한 번 방문한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한국에서의 경험을 자랑하고 여행 수요를 파생하려면 한국과 한국의 주요 도시를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 코스가 필요할 것이다. 명동 면세점에서 산 화장품과 홍삼 외에 한국을 기억할 새로운 기억을 안겨줄 시점이다.
송충현 산업1부 차장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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