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의 축복[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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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는 일반적으로 사악하고 불길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런데 닥터 수스의 동화 '호튼이 알을 품다'는 계모에 대한 편견에 맞서는 몇 안 되는 이야기 중 하나다.
그것은 생모는 천사처럼 선하고 계모는 사악하다는 틀,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온 그 틀을 깨고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새엄마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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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닥터 수스의 동화 ‘호튼이 알을 품다’는 계모에 대한 편견에 맞서는 몇 안 되는 이야기 중 하나다. 호튼은 코끼리이고 메이지는 게으른 새다. 메이지는 아무것도 못 하고 알을 품고 있자니 심심해 죽을 지경이다. 그래서 지나가던 코끼리에게 자기가 팜비치로 휴가를 다녀오는 동안 알을 품어달라고 부탁한다. 코끼리는 덩치가 큰 자기한테 그렇게 작은 알을 품어달라고 하자 어이가 없지만 거절하지 못한다. 며칠이면 돌아온다던 메이지는 몇 주, 아니 몇 달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호튼은 알을 품는다. 구경거리가 되어도 계속 품는다. 드디어 알이 조금씩 갈라지면서 새끼가 나오려고 한다. 그런데 나 몰라라 하며 살던 메이지가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다가 그를 알아보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그건 내 알이야! 너는 나한테서 그걸 훔쳤어! 당장 내 둥지에서 내려오고 내 나무에서 꺼져.” 가엾은 호튼은 슬퍼하며 나무에서 내려온다. 그 순간, 그가 지난 51주 동안 지극정성으로 품었던 알이 활짝 갈라지며 새끼가 나온다. 그런데 그것은 메이지를 닮은 게 아니라 귀와 꼬리와 코가 호튼을 닮은 코끼리 새다.
자신이 낳은 알이 아님에도 온 정성을 기울여 어미 대신 품어주자 그를 닮은 새끼가 태어나는 이야기는 잘 들여다보면 계모에 관한 우화일 수 있다. 그것은 생모는 천사처럼 선하고 계모는 사악하다는 틀,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온 그 틀을 깨고 엄마보다 더 엄마 같은 새엄마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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