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중 교수, 아들 윤 대통령에 한 마지막 말…"잘 자라줘서 고맙다"(종합2보)
MB·김기현·이재명·반기문 등 조문 행렬 이어져
(서울=뉴스1) 정지형 박기범 박종홍 한병찬 기자 = 향년 92세를 일기로 15일 별세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아들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잘 자라줘서 고맙다"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 도착 20분 뒤에 (윤 교수가) 별세했다"며 "윤 교수가 최근 의식이 있을 때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잘 자라줘서 고맙다'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화여대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뒤 곧장 부친이 입원해 있던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해 임종을 지켰다.
윤 대통령은 최근 윤 교수의 건강 상태가 나빠져 광복절 행사를 마치고 17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부친을 뵙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부친을 '제1의 멘토'로 여길 만큼 각별하게 생각했다. 윤 명예교수는 때로 아들에게도 원칙주의자의 면모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2021년 12월 KBS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공부 안 하고 놀러 다닌다고 많이 혼났다. 대학생 때 늦게까지 놀다가 아버지한테 맞기도 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사법시험 9수생'이었던 윤 대통령은 매번 고시에 낙방했을 때 부친이 든든한 후견인이자 스승이 돼주었다고 기억했다.
윤 대통령은 주도(酒道)를 윤 명예교수로부터 배운 것으로도 알려졌다. 2021년 3월 월간조선에 실린 '유력 대권 주자로 떠오른 윤석열의 모든 것'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연희동 집에서 윤 명예교수가 따라주는 '마패'라는 브랜디를 자주 마셨다. 윤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 친구들도 불러 주도를 가르쳐 주기도 했다고 한다.
윤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이 1979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를 선물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오늘날까지도 '인생 책'으로 꼽는 저서로, 대선 과정에서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아버지는 원래 경제학을 하시다가 통계학을 연구하셨는데, 평생 관심이 양극화나 빈부격차에 관심을 가지셨다"며 "(제가) 법경제학이나 경제법에 관심을 가진 것도 아버지와 대화하면서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고 회상한 바 있다.
고인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 정치참여를 고심할 때도 곁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2021년 4월2일 윤 대통령이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한 모습은 유명한 장면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오후 6시11분쯤 빈소가 마련된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해 조문객 맞이를 시작했다. 장례는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가족장으로 최소화해 진행됐으며, 조화도 전직 대통령과 정당 대표 조화만 받았다.
빈소에는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 조화와 함께 한덕수 국무총리, 김진표 국회의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조화가 놓였다.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안상훈 사회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도 속속 빈소로 모여들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도 빈소로 향했다.
정부 측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조문 뒤 기자들과 만나 "윤기중 교수께서 평소 윤 대통령을 많이 지도하셨는데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소천하시지 않았을까 위로의 말씀을 (대통령에게) 드렸다"고 말했다.
지난 신년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도 빈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임태희 경기교육감, 류우익 전 장관,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전직 참모들과 함께했다.
이 전 대통령은 조문 뒤 윤 대통령과 내실로 이동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캠프 데이비드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이 오는 18일 방문할 예정인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 이 전 대통령도 지난 2008년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방문한 바 있다.
5부 요인에 속하는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김진표 국회의장도 빈소로 발걸음을 옮겼으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기독교와 불교 등 7대 종단 대표도 빈소를 찾아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고 윤 대통령을 위로했다. 윤 교수의 제자들도 스승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빈소로 왔다.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주요 4역이 빈소로 입장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재명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 김민석 정책위의장, 조정식 사무총장 등 당 4역이 빈소를 찾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빈소에서 15분 정도 머무른 뒤 장례식장을 떠났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빈소로 향하는 모습이 잡혔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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