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눈 가리고 아웅’ 임원 사퇴 쇼 LH, 해체 수준 개혁안 내놔야

2023. 8. 15.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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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누락을 비롯한 부실시공과 전관 특혜 등 건설 카르텔 논란에 휩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눈 가리고 아웅 식 혁신안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심지어 LH가 철근 누락 아파트의 설계·감리를 담당한 전관 업체와 3년간 총 77건, 2335억원의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까지 드러났다.

지난해 감사원이 직전 5년간 설계공모를 거쳐 LH가 전관업체와 맺은 계약 193건을 조사한 결과 30건에서 전관들이 공모 심사위원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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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누락을 비롯한 부실시공과 전관 특혜 등 건설 카르텔 논란에 휩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눈 가리고 아웅 식 혁신안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 11일 이한준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혁신을 강조하면서 상임이사 ‘전원사직서’ 카드를 빼들었다. 곧바로 상임이사 5명의 사직서를 받아 4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하지만 실상은 꼼수였다. 4명 중 2명은 임기가 지난달로 끝났다. 박모 부사장 등 2명도 다음달이면 물러난다. 보여주기식 사퇴 쇼를 대대적인 조직혁신으로 포장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LH의 황당한 행태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무량판 구조 부실공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데도 조사 대상 단지 숫자를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말 전수조사 대상 단지가 91곳이라고 하더니 지난 9일엔 10곳이 누락됐다고 밝혔다. 이틀 뒤에 또다시 1곳의 누락 사실을 알리며 전수조사 대상 아파트가 102곳이라고 수정했다. 조사 대상 단지를 축소하려 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국민들이 LH의 말을 믿기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LH가 철근 누락 아파트의 설계·감리를 담당한 전관 업체와 3년간 총 77건, 2335억원의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까지 드러났다. 공모절차를 거쳐 수의계약을 맺었다지만 투명성 자체가 의심받는 상황이다. 지난해 감사원이 직전 5년간 설계공모를 거쳐 LH가 전관업체와 맺은 계약 193건을 조사한 결과 30건에서 전관들이 공모 심사위원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났다.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어제 전관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 전면 중단을 지시했지만 급한 불만 끄겠다는 미봉책일 뿐이다.

2021년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대대적 개혁안을 내놨지만 허사였다. 유관 기업 취업심사 퇴직자를 2급으로 확대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자본금 10억원 미만 업체는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심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뇌물 금품수수 등으로 인한 내부 징계가 300건에 이를 정도로 기강 문란도 극에 달하고 있다. 부실공사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 혁신 의지, 능력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10월 발표할 고강도 혁신안도 기대난망이다. LH는 이권 카르텔과 먹이사슬 구조를 도려내고 택지 조성·서민 주거복지 서비스라는 본연의 역할에만 매진해야 한다. 그러려면 변죽만 울릴 게 아니라 해체 수준의 개혁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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