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정부의 ‘플랜B’는 악재와 남탓이었나
안전·신뢰 문제된 人災·官災에도
집권세력 단 한 번의 반성도 없어
과연 공공을 위한 계획은 있나
광복절을 전후해 공직자와 언론계 지인을 만났다. 광복절의 의미를 이야기하면서도 공통의 관심 분야인 행정·안전·언론에 관한 대화가 주를 이뤘다. 공감과 공분이 엇갈렸다. 올여름 대형 사건·사고가 많았던 점에 공감했으며, 허물어진 시스템에 공분했다.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고 하더니, 자고 나면 새로운 사건이 기존 사건을 덮을 정도였다. 7월 이후만 복기해 보았다. 김포골드라인 지옥철 고통을 시작으로 새마을금고 사태, 양평고속도로 논쟁,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부실건설, 청주 지하차도 참사, 예천 폭우 피해, 교권침해 논란, 분당 묻지마 칼부림 사건, 새만금 잼버리 등을 헤아리다 보니 양쪽 손가락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지역적으로도 광범위했다. 서울을 포함해 경기, 충청, 영남, 호남 등 각지에서 일간지 톱기사가 쏟아졌다. 일반 독자라면 뉴스를 따라가기 버거웠을 듯했다.
생색에 앞서 남 탓을 디폴트(기본값)로 설정한 지는 오래다. 잼버리만 하더라도 애초 윤석열정부는 전임 정부를 겨냥하더니, 이내 비난의 화살촉을 여성가족부와 전북도 등으로 향했다. 여가부 혹은 전북도의 잘못이 없는 게 아니다. 실로 크다. 전북도 등이 중앙 컨트롤타워 부재 탓으로 돌리는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집권세력의 주장대로 과거의 잘못된 행정 때문에 폐해가 많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이 정부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역할하고 있는 감사원이 ‘훌륭하게’ 증명해 낼 것이다. 그러나 실정에 대해서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며, 남 탓을 일삼는 것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
한번 짚어 보자. 2018년 제정된 새만금세계잼버리법에 따라 정부는 조직위 업무 전반을 관리하는 주체다. 조직위 공동위원장 5명 가운데 장관 3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잘못됐을 경우 책임 전가용으로 도입한 제도는 아닐 것이다. 감투와 공치사에는 이름을 올리면서 책임 소재를 가릴 때는 발을 빼서야 되겠는가. 이전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는 남 탓만 할 것이었으면 집권을 왜 했는지 묻는 젊은이들도 많다. “내 탓이오”라고 할 때 공감이 생기고 책임정치가 가능하게 된다.
온라인에서 접한 짧은 유튜브 동영상을 언급해 본다. 동영상엔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이 김병민 최고위원에게 하는 질책과 조언이 담겨 있다. 여당 입장을 강하게 주장하는 김병민 위원에게 당의 원로는 이렇게 말한다. “김병민 최고위원, 여기는 KBS라고. 국민의힘 당원집회가 아니고.”
지인과 만남에서 이순신 장군의 교훈에 공감했다. 장군은 그 어디에서도 어느 때에도 위기의 탓을 원균에게 돌리지 않았다. 장군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고만 했다. ‘면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조선을 구하는 데 몰두한 것이다. 이 정부에서 공공의 안전을 우선하는 플랜B(대안)는 정말 없는 것일까. 시스템 복원을 먼저 고려하는 국가운영이 절실하다.
박종현 사회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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