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LH 조직문화 혁신 가장 급하다

2023. 8. 15.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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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공·주공의 통합으로 공룡공기업 돼
활동성 강화된 소조직으로 거듭나야

어쩌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아쉽기만 하다. LH가 이권 카르텔과 보고·집계 누락의 오명을 뒤집어쓴 배경에는 불협화음의 조직 구성 등에 따른 시스템적인 측면의 문제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오랜 기간 형성된 LH의 조직문화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

LH는 2009년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합쳐져 약 9000명에 달하는 거대한 조직을 구성하게 됐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제대로 통합이 되지 않아 L(토지공사)과 H(주택공사) 간 칸막이와 자리 나눠 먹기가 성행했다. 거기에 더해 기술직과 행정직 간의 직종별 차별이 존재했을 가능성도 높다. 이런 조직체계로 인해 상호 간 소통 부족과 하는 척, 남 탓을 하는 조직문화 등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사실 부실공사나 이권 카르텔을 혁파하기 위해서는 아무리 법과 제도,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더라도 시스템 운영을 하는 사람들의 인식이나 역량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시스템을 운영하는 내부 구성원들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업무에 임하느냐에 따라 시스템이 잘 작동될 수도 전혀 안 될 수도 있다. 자동차가 아무리 좋아도 운전자가 어떻게 운전하느냐에 따라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이나 방법이 전혀 다른 것과 같은 원리이다.

LH의 조직문화에서는 염치를 찾아볼 수가 없고 하는 척만 하는 것 같다. 2021년 전·현직 직원의 신도시 땅 투기 사건이 있을 때 뼈를 깎는 혁신을 하겠다고 했으나 하는 시늉만 했다. 이번 인천 검단 아파트와 20개의 단지에서 전단보강 철근 누락이 발생한 과정에서 그런 문화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염치가 없고 하는 척만 하다 보니 공공기관 직원으로서 직업에 대한 소명감과 직업 윤리의식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문화 조성으로 인해 직접 설계나 감독 업무를 수행하기보다는 이권 카르텔의 꼭대기에서 하는 척하면서 만용을 부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 것 같다. LH는 발주자라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설계사, 감리사, 용역업체들에 갑질을 하고 이권 카르텔에 쉽게 유혹되면서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했고 결국은 부실 집합소가 되어 버렸다.

오랜 기간 형성된 LH의 조직문화들로 인해 염불보다는 잿밥에 눈독을 들이는 병폐가 되풀이되었다. LH는 이제라도 뼈를 깎는 혁신과 새로운 조직문화를 형성하여 새롭게 거듭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LH는 해체 수준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활동성이 강한 소조직으로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LH 조직을 예전처럼 L과 H로 나누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조직을 통합할 때 경영 효율화와 전문성 연계를 통한 시너지 향상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또한 LH는 설립 취지에 맞게 그동안 해왔던 관료조직이 아니라 기술조직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사실 LH는 건축과 토목, 도시계획, 유지관리, 분양업무 등을 수행하는 기술조직이다. 그동안 설계, 시공, 감리, 유지관리, 안전진단 등 모든 업무를 LH 직원들이 직접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 도급을 주고 관리만 하다 보니 여기서부터 이권 카르텔이 생성된 측면이 강하다.

LH가 직접 수행해야 할 업무를 민간에 위탁함에 따라 민간에서는 수주와 업무 편의를 위해 전관을 찾게 되었고 수십 년간 이런 관행이 이루어져 오다 보니 전관들만의 카르텔을 굳건하게 형성하게 된 측면이 없지 않다.

지금이라도 당장 민간에 도급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LH 직원들이 직접 설계를 하고 시공과정을 직접 감독하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이 방법만이 이권 카르텔을 깰 수 있고 LH가 발주자로서 직접 품질과 안전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LH 혁신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LH의 조직문화를 우선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이런 관행과 문화를 바꾸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동일한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당장 하나씩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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