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사순이, 맹수란 이유로 사살...동물원 역할 전환해야"
개인이 운영하는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를 사살한 것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단법인 동물권행동 카라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동물원의 역할 전환이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돈벌이 시설이 아닌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을 수용·보호하고 멸종위기종을 보전하는 데 주력해야 한단 취지다.
카라는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대구 달성공원에서 탈출한 침팬지 루디·알렉스 포획 과정에서 한 마리가 사망한 지 불과 3일 만에 또 동물이 탈출·사살되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사순이는 사람 손에 길러져 사람을 잘 따르는 사자였고 별다른 공격성을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맹수라는 이유로 숙고 없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야 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미 벌어지고 있는 전시 동물들의 탈출과 고통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해 야생동물을 위한 보호시설이 필요하지만, 현재 환경부가 추진하는 보호시설은 중소형 동물 수용을 목적으로 할 뿐"이라면서 "사순이와 같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기르다 감당하지 못하는 동물과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을 수용·보호하고 멸종위기종을 보전하는 역할을 동물원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라는 동물원이 동물을 구경거리로 만들어 소비하는 단순 유락·전시시설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보호시설이자 교육시설인 '생츄어리(Sanctuary)'로의 전환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게시글 전문>
지난주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에서 침팬지 '루디'와 '알렉스'가 탈출해 포획 과정에서 루디가 사망한 지 불과 3일 만에 또 동물이 탈출해 사살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오늘 경북 고령군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목장에서 20년령 암사자 '사순이'가 탈출했다가 포획을 위해 경찰·소방 당국과 함께 출동한 엽사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목ㅈ장 내에서 사육되던 사순이는 관리인이 청소하러 들어왔을 때 열린 문틈으로 탈출했습니다. 이후 출동한 포획단은 농장에서 불과 4~5m 떨어진 숲속에서 앉아있는 사순이를 발견했습니다. 포획단은 곧장 엽총을 발포했으며 사순이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습니다.
사순이의 소유주인 목장주에 따르면 사순이는 새끼 때부터 20여 년간 사람 손에 길러져 사람을 잘 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인근 캠핑장 이용객의 대피가 끝난 상황에서 별다른 공격성을 보이지 않고 앉아 있었던 사순이가 맹수라는 이유로 별다른 숙고 없이 피를 흘리며 죽어가야만 했는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한편 고령임을 감안하더라도 사순이의 몸은 매우 말라 있었습니다. 또한 그간 감금돼 살아왔을 사육장 안은 행동풍부화 도구 등 사순이의 최소한의 복지를 위한 어떤 사물도 없이 시멘트 바닥뿐이었습니다. 탈출 후에 목장 바로 옆의 숲속에 가만히 앉아있던 사순이는 그저 야생동물답게 흙바닥 위 나무 그늘에 몸을 뉘어보고 싶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사순이와 같은 사자는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이하 사이테스) 부속서 Ⅱ급에 해당하는 종입니다. 우리나라의 야생생물법에서는 사이테스종 중 포유류 및 조류(앵무새 제외)는 개인의 사육이 불가능합니다.
즉 사순이는 그동안 합법적으로 사육할 수 없는 개체였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법령은 2005년에 제정됐습니다. 2005년 이전부터 사육되던 사순이의 경우 법령을 소급 적용할 수가 없어 사순이는 지금껏 정책적 사각지대 속에서 개인의 소유로 합법 사육돼온 것입니다. 목장주는 전 주인에게서 사순이를 양수한 후 동물원과 관할인 대구지방환경청에 사순이의 거처를 물색해봤지만, 결론은 '갈 곳이 없다'였습니다. 그 후 환경청의 형식적인 감독하에 개인인 목장주가 지금껏 사순이를 책임져온 것입니다.
작년 울산 울주군의 개인 농장시설에서 반달가슴곰 세 마리가 탈출해 농장주 부부를 살해하고 곰들도 사살됐던 사건 또한 이번 사건과 유사합니다. 관할 유역환경청에서 곰들의 존재와 시설의 불법성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곰들을 수용할 별도 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농장주가 곰들을 계속 책임지도록 사실상 방치했고, 결국 사람과 곰 모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환경부와 환경청은 이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미 벌어지고 있는 전시동물들의 탈출과 고통의 굴레를 끊어내기 위한 고민은 '야생동물들을 위한 보호시설'이라는 답으로 귀결됩니다. 그러나 환경부에서 현재 건립을 추진 중인 야생동물 보호시설 두 곳은 모두 라쿤, 미어캣 등 중소형 동물의 수용을 목적으로 한 시설입니다. 따라서 현재 대형 야생동물을 수용해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은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없을 예정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사순이의 경우처럼 개인이 불법 혹은 사각지대에서 기르다가 감당하지 못하는 동물들, 김해 부경동물원의 사자 '바람이'처럼 부적합한 전시시설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런 리스크를 동물들의 고통과 국민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아슬아슬하게 감당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이런 현실을 방기해서는 안 됩니다. 대형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마련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동물들을 구경거리로 만들어 소비하는 단순 유락·전시시설인 '동물원'의 역할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더 이상 동물의 고통을 양분 삼는 돈벌이 시설이 아닌,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을 수용해 보호하고, 멸종위기종을 보전하며 그간 동물원에서 벌어졌던 우리의 과오가 후대에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시설이자 교육시설, '생츄어리(Sanctuary)'로의 전환이 논의돼야 합니다.
평생을 갇혀 산 사자 '사순이'의 삶과 고통스러웠을 마지막에 미안합니다. 명복을 빕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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