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세력이 괴담 생산·분란 조장… 자유민주 위협 판단 [尹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이현미 2023. 8. 1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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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공산전체주의 맹종세력’ 언급 왜
일부 진보단체·노동계·야권 등 겨냥
괴담 유포 등 간첩활동 고도화 판단
中 거론 안했지만 北·中·러 엮어 비판
野 “극우 유튜버의 독백” 깎아 내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 맹종세력’을 비판한 데는 친북 노선을 취하고 있는 일부 진보 시민단체와 노동계, 야권이 대한민국 내부에 실재하고, 그들의 공작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역대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일본의 반성을 촉구하며 한·일관계를 부각한 것과 달리, 북한과 그 추종세력 등 현재의 위협으로 관심을 돌리며 한·미·일 밀착 등 윤석열정부의 정책적 명분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사회가 보장하는 법적 권리를 충분히 활용해 자유사회를 교란시키고 공격해 왔다”며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재문 기자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으로 남북 체제경쟁이 막을 내리면서 일반 국민들에게 북한의 위협은 핵·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무력 도발 정도로 인식되고 있지만, 한국 사회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형태로 더 세련되게, 뿌리 깊게 북한의 공작이 침투해 있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북한 해커들이 중국 등 해외 IP(인터넷규약)를 경유해 한국의 인터넷 여론 조작에 가담하거나 국가 주요 시설에 대해 해킹을 시도하는 등 직접적 공격도 문제이지만, 이보다 심각한 건 친북단체를 통한 사회갈등 조장 시도라고 보고 있다. 과거의 남파 또는 고정 간첩이 국가기밀을 빼돌리거나 주요 시설 정보를 북한에 넘기는 임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한국 내 반대여론이 있는 사안에 대해 친북 단체가 괴담을 퍼트리고 시민을 광장에 동원하는 형태로 사회 분란을 조장하는 등 간첩활동이 고도화됐다는 것이다.

최근 알려진 경남 창원, 제주 간첩단과 민주노총 간첩단 수사과정에서 발견된 북한 지령에는 한국 내 사회분란을 조장하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른쪽부터)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위협하는 세력은 더 이상 과거 조선을 침략한 일본이 아니라 북한과 그 추종세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미·일 밀착 외교, 야권과의 거리 두기 등 윤 대통령의 정책적 명분을 강화하려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윤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공산전체주의 틀에서 간접적으로 북·중·러를 엮으며 중국 친화적 행보를 보이는 야권을 겨냥한 것으로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6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만찬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싱 대사의 내정간섭을 경청하며 논란에 휩싸였다.

공산전체주의 개념을 동원한 데는 역대 대통령이 독립운동을 항일운동의 틀로만 접근했던 시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도 있다. 항일운동은 독립운동의 주요 줄기이지만, 독립운동은 일제로부터 단순히 벗어나는 해방만이 아니라 자유와 인권, 법치를 추구하는 가치 투쟁이라고 윤 대통령은 보고 있다.
애국지사에게 박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오른쪽)가 15일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김영관(앞줄 왼쪽부터)·오성규 애국지사를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김 지사는 현재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 고문이다. 오 지사는 일본에 거주했던 마지막 생존 애국지사로 지난 13일 영구 귀국했다. 이재문 기자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선이 국권을 빼앗기기 이전인 1897년에 독립문이 세워졌는데 이때의 독립은 사대외교, 즉 청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했다”며 “우리의 독립운동은 일본으로부터의 해방만이 아니라 우리를 억압하는 모든 외압으로부터의 독립으로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 이 시점에 우리를 위협하는 세력이 누구이고, 누구와 연대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관계 개선에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 노선과도 맞닿은 메시지라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위해 진영 간 갈등이 불가피한 이슈를 거론한 측면도 있다.

야권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극우 유튜버의 독백”이라며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은 도대체 어디에 있고, 민주·인권·진보로 위장해 패륜공작을 벌이는 공작세력은 누구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온 민족이 똘똘 뭉쳐 나라를 되찾은 날, 국민을 적과 아로 나누어 상대를 섬멸해야 한다는 섬뜩한 말을 대통령에게 듣는다”며 “분열과 선동으로 가득한 프로파간다의 장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현미·김현우·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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