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부친 故 윤기중 교수, 부의 분배 불평등 연구 큰 업적남겨
국내 통계학의 기틀을 세웠으며 통계학과 경제학에서 큰 업적
경제 현상을 통계학으로 해석하는 분야에서 근간을 잡은 석학으로 평가
저서 '한국경제의 불평등 분석', 우리나라에서의 소득과 부의 분배 불평등 분야 연구 이론 체계화
한국통계학회·한국경제학회 회장 역임,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尹대통령의 가치관 형성에도 큰 영향…독서 권해
마지막으로 尹대통령에게 남긴 말 "잘 자라줘서 고맙다"
15일 별세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윤기중(92)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는 평생 소득과 부의 분배 불평등 문제를 연구한 원로 학자로, 국내 통계학의 기틀을 세웠으며 통계학과 경제학에서 큰 업적을 남겼다.
고인은 경제 현상을 통계학으로 해석하는 분야에서 근간을 잡은 석학으로 평가 받는다.
고인이 집필한 통계학(1965)과 수리통계학(1974), 통계학개론(1983) 등은 통계학 분야의 필독서이자 대학 교재로 널리 쓰여졌다.
특히 윤 교수의 연구 저서 '한국경제의 불평등 분석'(1997)은 미개척분야였던 우리나라에서의 소득과 부의 분배 불평등 분야 연구에서 이론을 체계화한 학문적 업적으로 인정받는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의 '쿠즈네츠 곡선의 원리'가 우리나라에도 적용되는지를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쿠즈네츠 곡선은 경제개발 초기단계에서는 소득불평등이 증가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소득이 늘어나면 소득불평등은 감소한다는 이론이다.
윤 교수는 이 가설이 국내에서도 타당한 가설인지를 논증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경제적 불평등을 낳게 한 성장 배경을 분석하고 불평등도를 계측하는 방법을 수리적으로 접근해 1963년~1995년까지 소득분포의 변동을 분석했다. 윤 교수는 이러한 연구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소득불평등도는 도시화가 진행되던 1960년대 초부터 서서히 개선됐지만 유류파동 이후 악화되다가 1978년을 정점으로 다시 개선되는 경향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1999년 3·1문화재단은 이 저술을 3·1문화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재단은 "지금까지의 우리나라에서의 소득과 부의 분배의 불평등 분야의 연구에 한 획을 이룩하는 연구결과로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주요 논문으로 한국의 국민소득분석(1958. 연세대 석사학위논문),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에 관한 연구(1975), 성장과 소득불평등도의 국제비교(1984), 불평등에 대한 재평가(2000), 한국의 교육비 탄력성과 불평등(2002) 등을 남겼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난 윤 교수는 공주농고를 거쳐 1956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58년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로 있다가 한일수교 직후인 1967년 일본 문부성 국비 장학생 1호로 선발돼 히토쓰바시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수학했다. 1968년 귀국 후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창립 멤버로 부임해 1997년까지 강단에 섰다. 한국통계학회 회장(1977~1979)과 한국경제학회 회장(1992~1993)을 역임하고, 1960~1990년대 미국경제학회(AEA)와 일본계량·경제학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1997년 연세대 상경대학 명예교수에 추대됐고 2001년에는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고인은 윤 대통령의 가치관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고인은 윤 대통령이 어릴 때부터 경제학과 관련된 화두를 던지며 독서를 권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지인은 "윤 대통령이 어린 시절 신문사 편집국장이 꿈이었다고 했는데 단순히 기자도 아니고 편집국장을 꿈꿨을 정도면 부친께서 평소 신문을 보시며 수준높게 교육하셨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한 국무위원은 "우리나라에 번역되기도 전에 유명한 경제학 원서를 이미 읽어봤다고 해서 놀랐던 적이 있는데 집 서재에 있어서 읽었다고 했다"며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했다.
고인이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입학 기념으로 미국 내 대표적 신자유주의 학파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책 '선택할 자유'를 선물한 일화도 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그만둔 직후인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부친과 함께 사전투표를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부친과의 추억담을 자주 꺼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방일 전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1960년대 일본에서 학업 중이던 윤 교수를 찾았던 일을 꺼내며 "히토쓰바시 대학이 있던 거리가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던 지난 6월에는 베트남 국영통신사 서면인터뷰에서 "양국 간 인적교류는 제 부친께서 기여하신 분야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이번 베트남 국빈방문에 대한 감회가 새롭다"며 부친이 1993년 하노이 국립경제대와 호치민 경제대 출신 유학생들을 연세대 국제대학원에 입학시켜 학술 교류에 기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취임 후인 지난해 7월 12일 고인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로 초대해 저녁 식사를 했다. 당시 고인은 윤 대통령에 국민만 바라보며 직무를 잘 수행하라고 격려했다고 한다. 고인은 윤 대통령의 검사시절 '부정한 돈은 받지 마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부친이 며칠간 위중한 상황에도, 이를 참모들에게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전 찾아뵐 예정이었으나 부친 병세가 최근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교수가 의식이 있을 당시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에게 남긴 말은 "잘 자라줘서 고맙다"였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날 빈소에서 기자들에게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복절 경축식을 마친 직후 윤 교수가 입원중인 병원으로 직행해 가족들과 임종을 지켰다. 윤 교수는 윤 대통령 도착 20분 뒤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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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cinspa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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