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에 이런 일 없어요”..일본과 통신사 외교, 260년 평화의 시대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정사 역할
국가 외교문서인 국서 교환의 과제를 부여받은 정사 역할을 연기한 건 정재정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사진·72)다. 정 교수는 수염을 붙이고, 조선시대 문무백관이 입던 사모관대(紗帽冠帶)를 착용한 채 배에서 내린 후 가마에 올라타 축제의 대미인 1.8km 행진의 중심에 섰다. 그는 13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역사적으로 불편한 관계에 있는 두 나라가 이 같은 행사를 개최한 건 유례가 없다”며 “쓰시마 입항은 단절된 항해 역사를 잇는 것”이라고 평했다.
통신사는 임진왜란 후 들어선 일본 에도 막부 때인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 년간 조선에서 일본으로 12차례 파견된 외교사절단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2018년 진수한 통신사선은 4년의 기다림 끝에 대한해협을 건널 수 있었다. 통신사선은 2019년 출항할 예정이었으나 반일 정책을 표방한 당시 정부가 이를 막았다. 코로나19까지 겹쳐 세 번이나 발이 묶였다. 이번 행차로 마침내 212년 만에 열세 번째 바닷길이 열렸다.
정 교수가 30여 년 전부터 통신사 역사 연구에 매진해 온 건 통신사가 갖는 역사적 의의가 현대에도 유효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통신사 외교가 작동하면서 조선과 일본은 260년 이상 평화를 유지했다. 세계사에서 국경을 맞댄 나라끼리 이처럼 오랜 세월 전쟁 없이 평화롭게 교류한 예는 찾기 힘들다. 그는 “사람들은 임진왜란 7년 전쟁, 식민 지배 35년만을 강조한다”며 “왜 한일 간 평화의 역사를 기억할 생각은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2025년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아 서울역사박물관, 오사카박물관과 함께 통신사 유물 전시회를 구상하고 있다. 최근 재일 동포 사학자 故 신기수 씨의 딸인 신리화씨로부터 아버지가 오사카박물관에 기증한 통신사 유물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신기수 씨는 사재를 털어 통신사 유물을 수집해 소개하고 역사 다큐멘터리 ‘에도시대의 조선통신사’를 제작해 상영해 통신사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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