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수상자 200명 넘은 LG 의인상
2015년 1월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에 시민 여럿이 갇히자 한 남자가 밧줄을 타고 내려가 불길 속에서 열 명을 구해냈다. 사람들은 ‘동아줄 의인’이라고 했다. 뉴스를 보고 감동한 생전의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개인적으로 돈을 보냈지만 의인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구 회장은 이런 의인을 공적으로 포상하고 사회적으로도 ‘선행의 선순환’ 기풍을 진작하고 싶었다. ‘LG 의인상’이 그렇게 시작됐다.
▶그해 9월 나온 첫 수상자는 교통사고로 다친 이를 길에서 보고 응급처치하다가 자신도 트럭에 치여 사망한 특전사 소속 정연승 상사였다. 평소 장애인 시설과 양로원을 찾아 다니며 목욕과 청소 봉사를 하고 소년소녀가장을 도운 사실이 알려지며 의인상을 받았다. 그다음 달엔 정년을 앞두고 순직한 경찰관이, 12월엔 화재 현장에서 쓰러진 소방관이 받았다. 군인·경찰·소방관의 잇단 수상은 ‘제복 입은 이’들의 헌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숨어서 의를 행하거나 위급한 현장에 용감하게 뛰어든 시민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창원에서 50년 넘게 예식장을 운영하며 형편 어려운 1만4000쌍에게 무료 결혼식을 지원한 백낙삼씨, 50년 넘게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 6억원을 어려운 이웃에 쓰라며 기부한 박춘자 할머니가 그들이다. 신장 투석 병원 간호사 현은경씨는 화재가 나자 마지막까지 남아 환자를 대피시키다가 쓰러지는 모습이 병원 CCTV에 찍혔다. 그 숭고한 희생도 기렸다.
▶기업이 시민의 선행을 포상하는 대표적인 상으로 자리 잡은 LG 의인상이 198~201번째 수상자를 배출하며 8년 만에 200명을 돌파했다. 많은 의인이 수상에 그치지 않고 또다른 가슴 훈훈한 사연을 피워냈다. 25년간 헌혈하고 헌혈증까지 백혈병 어린이에게 모두 기부한 권재준 경위는 그 사실이 알려져 받은 상금까지 소아암과 혈액암을 앓는 이들 치료비로 기부했다. 수상자 5명 중 한 명이 상금을 다시 세상에 내놨다.
▶구 전 회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뿐 아니다. SK는 “나라의 미래는 인재 양성에 달렸다”는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50년 넘게 장학퀴즈를 지원하는 등 인재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은 이건희 전 회장이 평생 모은 미술품을 그의 타계 후 ‘국민 컬렉션’으로 사회에 기증했다. 금호문화재단은 손열음 조성진 임윤찬을 키워냈다. 좋은 물건 만들어 파는 것을 넘어 기업의 힘으로 사회와 국가에 기여한다는 ‘기업보국(企業報國)’이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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