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기 아닌 황금기를 준비하는 라떼클럽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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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스무 명 남짓 되는 고향 친구 모임이 있다.
일찌감치 귀농해서 농장을 운영하는 친구, 오래전에 전업주부(夫)를 선언한 친구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정기 모임은 한동안 끊겼다가 올봄 다시 시작됐는데,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지거나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감추려고 염색을 한 친구들을 볼 때마다 환갑을 앞둔 나이가 실감 난다.
은퇴한 친구가 하나둘 늘면서 대화의 주제도 어느덧 '회사'에서 '삶'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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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스무 명 남짓 되는 고향 친구 모임이 있다. 20대 대학생 때부터 쭉 이어져 왔으니 어느덧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금융계, 학계, 법조계, 의약계, 언론계 등 친구들의 업무 분야는 다양했다. 일찌감치 귀농해서 농장을 운영하는 친구, 오래전에 전업주부(夫)를 선언한 친구도 있다.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정기 모임은 한동안 끊겼다가 올봄 다시 시작됐는데,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지거나 하얗게 센 머리카락을 감추려고 염색을 한 친구들을 볼 때마다 환갑을 앞둔 나이가 실감 난다.
회비도 따로 걷지만 보통 경제적 여유가 있는 친구가 밥을 사고, 또 다른 친구가 차나 맥주를 사는 게 관례처럼 이어져 왔다. 은퇴한 친구가 하나둘 늘면서 대화의 주제도 어느덧 '회사'에서 '삶'으로 바뀌었다. 젊은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함께 낄낄대다가 아직 살아 계신 부모님 건강과 삶의 질을 걱정하고, 자식들 안부를 묻는다. 그 끝에 나오는 얘기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다. 돈을 모아 둔 친구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충분하지 않은 친구도 이 질문에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한다.
원하든 원치 않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30년 이상 남았고, 그 시간을 단순 여가 활동만 하면서 살기 쉽지 않다는 걸 친구들은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20대까지는 열심히 공부하고, 30~40대에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50대 중반 이후에 은퇴해 단순 여가활동을 하며 여생을 보내는 전통적인 인생 사이클이 '100세 시대'와 함께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지만, 그 변화의 중심에 놓인 우리 5060 세대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친구들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명색이 라이프 코치인 나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8년 대장암 발병 후 건강, 행복, 사회공헌과 일의 조화를 이루는 삶을 꿈꾸며 살고 있지만 첫 직장을 그만둔 지 6년이 되도록 그 길은 여전히 안갯속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선배의 권유로 '100세 인생'(린다 그래튼·앤드루 스콧 공저)이라는 책을 읽었다. 저자는 '100세 시대'에는 교육(청소년기)→일/가족(중년기)→여가(노년기)의 3단계 삶이 적용되지 않으며 다단계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는 동안 두세 개의 다른 직업을 갖고, 휴식과 과도기를 활용하면서 필요할 경우 재교육을 받으며, 60~70대를 '수십 년 쌓아 온 지식과 경험을 마음껏 써먹을 수 있는' 전성기로 만드는 삶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형자산(부동산, 예금 등)과 무형자산의 균형이 꼭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생산자산(기술, 지식), 활력자산(심신건강, 우정, 긍정적인 가족관계, 파트너십), 변형자산(자기 인식, 다양한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 능력,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 같은 무형자산이 다단계 삶의 성공에 꼭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대목에서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해오던 일이 완전히 헛발질이 아니었다는 안도감도 밀려왔다. 지난달 나도 창립 멤버로 참여한 'LTC100'이라는 5060 커뮤니티가 출범했다. 100세 시대 인생전환 커뮤니티(Life Transformatiom Community)의 약자인데 '라떼클럽'이라는 애칭도 있다. '100세 시대'의 필수 자산인 '무형 자산'을 갖추는 데 이보다 좋은 모임이 있을까 싶다.
홍헌표 관악S밸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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