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다시 들썩이자…정부, 유류세 인하 2~4개월 연장 ‘가닥’
세수 결손 확대 등 부작용 우려도
정부가 이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물가오름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일종의 비상조치에 해당하는 유류세 인하를 1년 이상 끌고 가는 것이 세수 부족, 경상수지 악화 등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까지 적용되는 휘발유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등의 유류세 인하 조치를 더 연장하는 방안을 전제로 구체적인 적용 기간이나 인하폭 등을 조율하고 있다. 적용 기간을 2개월에서 많게는 4개월 더 늘리고, 일부 유종에 적용되는 세율 인하폭을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지난해 7월부터 휘발유와 경유, LPG 등에 적용되는 유류세를 법정 최고 인하폭인 37% 인하하기로 했다. 이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적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 유류비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해당 조치를 두 차례에 걸쳐 4개월씩 추가 연장했다. 다만 휘발유는 올해부터 인하폭을 25%로 낮췄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더 끌고 가기로 한 것은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들썩이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전날 배럴당 87.61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86.21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정부가 유류세를 현행 수준으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한 지난해 12월19일 당시(각 75.36달러·79.80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오르자 국내 소비자가격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8월 2주 기준 국내 주유소 보통 휘발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695원이었다. 지난해 12월 2주 당시 판매가(ℓ당 1569원)보다 ℓ당 130원 가까이 비싸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둔화한 것은 상반기 국제유가가 하락한 영향이 절대적으로 컸다.
다만 이례적인 세수 결손 상황에 직면한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더 오래 유지하기 부담스럽다. 올해 상반기 정부의 국세 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39조7000억원 줄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장기간 이어지자 관련 세목인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5조3000억원)은 같은 기간 7000억원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유류세 인하와 같은 ‘비상조치’를 장기간 이어가다보면 세수 감소 외에도 더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춤으로써 오른 가격에 맞춰 에너지 사용을 줄이기보다 이전처럼 쓰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는 석유를 비싼 가격에 수입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국제수지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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