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가 먼저’…자신의 사연 앞에 선 강제동원 피해자
[앵커]
빼앗긴 나라를 되찾은 지 78년이 지났지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 정부도, 기업도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족의 아픈 역사가 지워져선 안 된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들을 손준수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5년 3월.
22살 이경석 할아버지는 일본 이바라키현의 일본군 농경근무대로 끌려가 강제 노역을 했습니다.
올해 100살인 이 할아버지는 아직도 일본군의 만행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이경석/강제동원 피해자 : "연병장에다가 거꾸로 매달아 놓고요. 돼지 잡는 천으로 묶어 놓고 찬물로 뿌리고 때렸어요."]
일제 강제동원에 대한 증언을 남기기 위해 5년 전부터 한 시민단체가 구술 작업에 나섰는데, 광복절을 맞아 피해자 31명의 가슴 아픈 사연을 공개하는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피해자들은 자신의 징용 피해 사실이 담긴 팻말 앞에서 80년 전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렸습니다.
[오연임/강제동원 피해자 : "(월급) 뺏어서 가버리고 아무것도 없었어. 닭 모이만 반 통만 가져왔거든 시집가면 쓴다고, 그것도 다 뺏어서 가고 빈 가방만..."]
정부의 '제3자 변제'해법을 수용하지 않은 강제동원 배상 소송 당사자의 마지막 소원은 일본의 사죄입니다.
[양금덕/강제동원 피해자 : "일본서 사죄하는 게 하나 바람이자 목적이고, 이제 무엇을 바라겠어. 사죄받는 것이 하나의 소원이여."]
올해 1월 기준으로 생존해 있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는 천 2백여 명.
조국을 되찾은 지 78년이 지난 오늘(15일), 여전히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한 채 온전한 광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손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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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수 기자 (handsom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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