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대선 전초전’ 예비선거에서 극우 밀레이 후보, 30% 득표로 깜짝 1위
아르헨티나의 대선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예비선거에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극우 성향 후보가 ‘깜짝 1위’를 차지하며 아르헨티나 정치 판도를 뒤흔들었다.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현지 매체 라나시온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예비선거에서 비주류인 극우 성향 정당 소속 하비에르 밀레이 하원의원(52)이 득표율 30.04%로 1위를 차지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진보 성향의 집권여당 소속 세르히오 마사 경제장관이 21.40%로 2위를 차지했고, 보수 성향의 제1야권 후보 2명이 16.98%와 11.29%로 각각 3·4위였다. 우파 후보가 연합하면 여당은 3위로 밀리게 된다.
밀레이 후보는 선거 결과가 나온 뒤 “우리가 진정한 야당”이라며 “항상 실패했던 똑같은 낡은 방식으로는 다른 아르헨티나를 만들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대선에서 승리해 이 나라에 기생하며 도둑질하는 쓸모없는 정치 계급을 종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연합이 대선 후보를 확정하기 위해 치러진 이번 예비선거는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 선거로, 여기에서 각 연합의 선두 후보가 대선 주자로 나서게 된다. 이 때문에 보통 예비선거는 유권자 표심을 직접 확인해볼 기회로 여겨진다. 지금까지 예비선거 결과는 대체로 본선 결과와 일치했다.
실제 대선에서 밀레이 후보가 당선되면 아르헨티나의 국가 정책은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 경제학자 출신인 밀레이 후보는 중앙은행을 폐쇄하고 공식 화폐를 달러화로 대체하자고 주장해왔다. 또 공기업 민영화, 정부 부처 및 재정 지출 삭감, 임신중단법 폐지 등을 내세웠다.
심지어 그는 장기매매 허용을 주장하고, “기후변화는 거짓말”이라고도 말했다.
밀레이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비슷한 정책을 내세우며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린다.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견됐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과도 비슷하다고 여겨진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는 각각 ‘공화당’과 ‘군대’라는 든든한 정치적 지원군이 있었던 것과 달리, 비주류 세력인 밀레이 후보는 지원받을 곳이 별로 없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최악의 경제난 속에서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이 기존 정치권에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하고, 밀레이 후보에게 변화의 기대를 건 것으로 보인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100%를 넘는 물가상승률과 인구의 거의 40%가 빈곤 상태에 빠진 경제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월 기준 115%를 넘어섰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인상하면서 14일 기준금리는 118%로 상향됐다. 아르헨티나 기준금리가 세 자릿수가 된 건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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