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사자 사순이 사살, 최선이었나”…당국의 ‘편의주의적 조치’ 비판

김송이 기자 2023. 8. 1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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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탈출 동물 사살에
전문가 “포획 시스템 필요”
“관리 사각지대 해소” 의견도

“20년을 키운 사자라는데, 분명 사살 말고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요.”

지난 14일 경북 고령군의 한 사설 목장에서 탈출했다 사살된 암사자 ‘사순이’와 관련해 시민들의 애도와 관리당국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스무살로 알려진 고령의 사자는 탈출 1시간여 만에 목장에서 4m 정도 떨어진 숲속에서 쉬고 있다 사살됐다.

암사자 사살 소식이 전해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민들은 5년 전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사살된 퓨마를 떠올리며 탈출 동물을 대하는 방식이 변하지 않은 현실에 분노했다. 당시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원과 야생동물 사육이 존재하는 이상 동물 탈출 사건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이번 암사자 사살을 두고도 당국의 ‘관리 편의주의’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사순이가) 오랜 기간 인간의 관리 아래 있었다는 특성과 발견 당시 공격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정황을 고려할 때 바로 사살하는 것이 필요한 조처였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즉시 사살할 정도로 인명 피해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면 사전에 당국의 관리가 필요했었다는 뜻 아니겠느냐”면서 “관리를 제대로 안 해서 문제를 일으키고선 막상 사고가 나니 바로 사살하는 것은 편의주의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으로는 전문대원들이 탈출 동물을 생포할 수 있는 고도화된 포획 시스템과 매뉴얼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동물을 관리·감독할 수 없는 개인 사육시설이나 동물원 등은 폐쇄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순이는 대전 오월드에서 사살된 퓨마나 지난 3월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했다가 포획된 얼룩말 ‘세로’에 비해 더욱 관리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목장에서 사육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장주는 사자를 지역 환경청이나 동물원에 인계하고자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부, 지역 환경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개인이 야생동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지자체가 어디에서 어떤 동물을 기르고 있는지 파악하고 촘촘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최태규 곰보금자리 프로젝트 대표는 15일 논평을 내고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아니면 허가나 등록 없이 누구나 야생동물을 기를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수입·사육되는 야생동물이 어디서 어디로 옮겨지는지 알 수 없다”면서 “전국에 산재한 야생동물 사육시설의 안전관리와 동물복지 현황을 꼼꼼히 조사하고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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