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잼버리’ 구실로 보수층 중심 ‘불쑥불쑥’…해묵은 호남 혐오, 여당서 쓴소리
천하람 “전라도 전체 비난이 맞나”…이정현·이준석도 비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호남 비하·혐오 발언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정부·여당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해 전북도에 책임을 전가하면서 이 같은 지역 차별성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15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며 “(순천 지역에서는) ‘전라도에서 성공적으로 치러낸 국제대회도 많은데, 전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게 맞느냐’는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보수 진영 지지층에서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경감하기 위해 ‘전라도 책임론’으로 몰고 가려는 분위기가 일부 있는 것 같아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천 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여당이 전북도 책임론을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대통령께서 개영식도 가시고 개최 얼마 전에 여성가족부 장관이 나와서 문제없다고 얘기해놓고 이제 와서 잘 안되니까 전북도를 탓한다면 좀 쩨쩨해 보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당 전 대표들도 무조건적인 호남 공격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전날 KBS 라디오에서 “호남의, 전남의, 전북의 도민들한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어떻게 이렇게 얘기를 할 수 있느냐”며 “만약 그게 당론이라면 저는 오늘이라도 그런 당에 머물러 있고 싶지가 않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잼버리는 전라도 탓’이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되뇌는 것이 (여권의) 전략인가 보다”라고 했다.
실제로 정부·여당의 전북 책임론을 다룬 기사들에는 “(더불어)민주당의 고장에서 나오는 얘기들은 일절 무시해야 한다” “국가와 서울시민들 잘해냅시다. 전라도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등 지역 비하·혐오 댓글이 달려 있다.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들은 ‘전라도 잼버리 참사’ 같은 자극적인 제목을 단 영상들을 잇달아 올렸다.
국민의힘도 이런 인식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장을 정리하면 ‘전북도가 망칠 뻔한 행사를 윤석열 정부가 구해냈다’는 일관된 구조를 보인다. 전북 지역의 ‘음모’를 주장하기도 한다. 신원식 의원은 지난 6일 한국보이스카우트 전북연맹 일부가 조기 퇴영한 것과 관련해 “전북연맹이 저지른 최악의 국민 배신 행위 뒤에 거대한 반대한민국 카르텔이 작용한 것은 아닌지 철저히 규명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그동안 지역 갈등을 완화하려 노력해왔는데, 그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거냐고 묻고 싶다”며 “힘없는 전북도와 전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것은 너무 비겁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호남에 연고가 있는 수도권 유권자들은 호남 지역 민심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호남 비하론이 확산하면) 우리 당에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SNS에서 “수도권에 사는 사람이 친구들과 고기를 먹다가 ‘이번 잼버리는 전라도 때문에 망했어?’라는 말을 과연 하고 있을까”라며 “문재인 정부 7년차를 연상하게 하는 화법으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호남 책임론’이 총선 수도권 판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천 몇백억원이 들어갔는데 제대로 안 되는 결과가 나오면 전북이든 아니든 다 마찬가지”라며 호남 비하론에 선을 그었다.
정대연·조문희·이두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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