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가난한 북한, 자유민주 남한”…적대적 대북관 노골화[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남한 체제 우월성 앞세워
북한 체제 강하게 비판
“국제사회 공조 대화 유도”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 강조
새로운 대북 제안 안 나와
남북관계 경색 이어질 듯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체제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평화적으로 풀어나갈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힘에 의한 대북 압박 기조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70년 동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온 북한은 최악의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추구한 대한민국과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의 극명한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또한 ‘담대한 구상’을 흔들림 없이 가동해 압도적인 힘으로 평화를 구축함과 동시에,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 북한 주민의 민생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남한 자유민주주의 체제 우월성을 드러내며 북한의 공산주의와 전체주의 체제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북한 정권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체제 문제를 거론하며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인식을 내비쳤다.
악화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대북 제안은 없었다. 1년 전 광복절 경축사에서 내놓은 북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는 정도였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장에 복귀하면 즉각 경제적 지원을 추진하며, 비핵화를 실질적 단계에서 완전한 단계로 진전시키는 동시에 정치·경제·군사적 지원을 해나간다는 구상이다.
‘힘에 의한 평화’를 앞세워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담대한 구상의 밑바탕에는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북핵 위협을 억제(Deterrence)하고 제재·압박으로 핵 개발을 단념(Dissuasion)시키며 대화·외교(Diplomacy)로 비핵화를 추진하는 ‘3D’ 원칙이 깔려 있다.
1년 전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 이후에도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관계는 개선의 실마리를 찾기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 모두 대화와 교류, 협력의 공간을 모색하기보다는 위축시키는 데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남북의 자체적 노력보다는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가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관리하는 통일부 장관에 대북 강경론자를 임명했으며, 통일부 남북 대화·교류·협력 조직을 해체하는 수준의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통일 원칙으로 평화적 방식보다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방점을 찍어왔다.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은 지난해 8월 담대한 구상을 즉각 거부하며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4월 남북 통신연락선을 모두 차단하며 최소한의 소통도 거부하고 있다. 최근 남한을 ‘대한민국’으로 지칭하며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 구도로 대하려는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한반도 긴장은 또다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이후 정례적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북한이 이를 빌미로 도발적 군사행동에 나서는 등 1년 전 상황이 반복될 공산이 크다. 한·미는 유엔사 회원국들까지 참가하는 군사훈련 계획을 발표했고 북한은 이를 겨냥해 “전쟁 준비”를 공언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광복절을 맞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서를 교환하며 북·러 연대를 강조했다. 북·러가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한·미·일에 적대적이고 대결적인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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