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네번째 기소에 ‘마피아 두목 잡는 법’ 적용한 까닭
‘자신은 깨끗한 척, 부하엔 불법 지시’
마피아 두목 체포하려 제정한 법
재선 돼도, 지방 검사 기소는 ‘셀프 사면’ 못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개입한’ 혐의로,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에서 14일 저녁(현지시간) 또 다시 기소됐다.
2016년 대선 때 과거 성 관계한 포르노 배우의 입을 막으려고 돈을 지급한 것과 관련해 뉴욕 시 맨해튼 지방 검찰에 기소되고, 정부 기밀 문서를 유출해 불법 보관하고 2021년 1월6일 미 의회 습격 사건 때 대선 결과를 전복하려 했다는 혐의로 연방 검찰에 두 차례 기소된 것에 이어 네 번째다.
조지아 주 풀턴 카운티의 트럼프 수사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경합 주였던 조지아 주의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고 주 국무장관인 브래드 래펜스퍼거에게 전화해 “승리를 확정 지을 트럼프 표 1만1780표를 찾으라”고 압박한 통화 녹음 내용이 2021년 1월 4일 공개되면서 시작했다. 당시 조지아 주는 이미 세 차례의 검표를 통해, 조 바이든이 1만1779표 차로 승리한 것을 확인하고 선거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이었다. 공화당원인 래펜스퍼거는 트럼프에게 “우리는 당신이 이겼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후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마크 메도우즈 전 백악관 비서실장을 비롯한 18명의 변호인단과 측근들이 조지아 주 선거를 부정으로 규정하며 미 법무부와 주 정부에 수사 촉구를 요구했다. 그들은 이번에 모두 트럼프와 함께 기소됐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조지아 주 풀턴 카운티의 패니 윌리스 지방 검사가 트럼프와 18명의 공동 피고인의 범죄 혐의에 적용한 법이다. 윌리스 검사는 애초 범죄 집단ㆍ조직의 수뇌부를 잡기 위해 제정된, 이른 바 ‘리코(RICO)’라 불리는 조직범죄 소탕법을 적용했다.
RICO는 Racketeer Influenced and Corrupt Organizations의 약자로, 래커티어(racketeer)는 부정한 돈벌이나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공갈ㆍ협박ㆍ사기 등을 저지르는 행위를 뜻한다. 왜 ‘선거 개입’ 혐의를 받는 트럼프와 측근들에게 범죄조직 소탕법인 RICO법을 적용한 것일까.
◇1970년 마피아 두목 잡으려고 만든 연방 RICO 법
미국 연방의회는 1970년에 마피아(mafia)와 같은 범죄 조직(criminal enterprise)를 소탕하기 위해 RICO 법을 제정했다.
이 연방 법이 제정된 이래, 조지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주가 비슷한 주법(州法)을 제정했다. RICO는 특히 더러운 일은 부하들에게 시키고, 자신은 깨끗한 척하면서 불법 이익을 취한 두목들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검찰은 이 두목들이 범죄를 저지른 더 큰 조직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면 됐다.
그러나 RICO 법은 마피아를 소탕하는 데만 적용되지는 않았다. 1989년 미 연방대법원은 RICO가 “많은 다른 형태를 띤 다양한 범위의 범죄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제정됐다”는 의견을 냈다. 이후 월스트리트 금융기관과 트레이더들의 시장 조작, 돈 세탁, 뇌물 공여, 마약 거래 등을 처벌하는 데도 RICO 법이 적용됐다.
◇연방법보다 훨씬 강력한 조지아 RICO 법
이후 조지아를 비롯한 33개 주가 주 차원에서도 RICO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1980년에 제정된 조지아 주의 RICO는 연방 법보다 훨씬 포괄적이고 강력하다.
연방 RICO 법은 공갈ㆍ협박ㆍ사기 등의 ‘래커티어’ 행위로 35개의 범죄 형태를 명시했지만, 조지아 법은 50개에 가깝다. 또 범죄 조직ㆍ집단(enterprise)는 한 명일 수도 있고, ‘공동의 범죄 목적’을 가진 여러 명일 수도 있다.
조지아 법은 또 타인에 대한 공갈ㆍ협박 등의 행위가 실제로 성공하든 그저 시도하기만 했든 상관 없이, 2 건 이상을 저지르면 ‘래커티어’ 행위로 간주한다. 또 연방 RICO 법이 최대 20년의 형량만 명시한 반면에, 조지아 법은 최소 5년에서 최대 20년의 형량을 명시했다.
◇민주당원 지방 검사, 트럼프 ‘범죄 조직’의 존재 증명해야
트럼프와 측근 등 모두 19명을 RICO 법으로 기소한 조지아 주 풀턴 카운티의 패니 윌리스 지방 검사는 민주당원으로 2021년 카운티 지방 검사에 선출됐다.
로이터 통신은 “윌리스는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RICO 법을 어겼다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 또는 의도적으로 선거 결과를 뒤엎으려는 공갈ㆍ협박 행위를 한 하수인 변호사들과 ‘공동의 범죄 목적’을 위해 ‘협력’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이러한 목적의 ‘범죄 조직’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윌리스가 기소에서 RICO법을 적용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5년 지방 검사보 시절에도 기소 검사로서, 애틀랜타 시 공립학교의 교사와 교장, 교육행정가 35명이 표준화시험 성적을 부풀리기 위해 모의했다며 RICO법을 적용해 기소했다. 당시 교사 측 변호인단은 윌리스가 공립학교 시스템을 ‘범죄 조직’으로 지나치게 확대 해석했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에서도 RICO 법을 적용한 기소는 인정됐다.
◇트럼프 개인의 ‘래커티어’ 행위 12건도 명시
윌리스는 공소장에서 트럼프와 측근들이 모두 161건의 래커티어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중 12건은 트럼프의 트위터 계좌인 @realDonaldTrump에 나온 트윗을 인용했다.
즉, 트럼프가 “조지아에서 대선 결과를 뒤집고도 남을 무더기 표가 나왔다” “조지아에서 막대한 한 투표 부정행위가 일어났다” “(조지아주 국무장관) 래스퍼거와 통화했는데, 투표 부정, 기표지 파괴, 타주(他州) 거주자과 사망자 투표 행위 등에 대해 그는 도무지 아는 게 없다” “부통령 펜스는 대선 사기로 선출된 선거인단을 거부할 권한이 있다” “많은 주가 기존에 잘못된 개표 결과를 승인한 것을 취소하길 원한다. 펜스는 이를 되돌릴 수 있다” 등등의 트윗을 한 것이 모두 “음모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명백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재선 성공해도 주 정부 재판은 피할 수 없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2건의 연방 기소에 대해선 비록 전례(前例)가 없는 일이기는 하나 이론적으로는 ‘자기 사면(self-pardon)’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그의 명령을 받는 연방 법무부가 트럼프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취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에 지명되지 않더라도, 사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다른 공화당 대선 후보도 트럼프 지지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 ‘트럼프 사면’을 공약으로 내걸 것이고, 당선되면 이를 실행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2건의 연방 검찰 기소와 달리, 뉴욕시 맨해튼과 조지아주 풀턴 카운티의 기소는 지방 검사가 한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선거로 당선된 지방 검사에 대해선 어떠한 권한도 행사할 수 없다.
조지아주립대 법학자인 클라크 커닝엄 교수는 AP 통신에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조지아주의 형사 재판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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