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4번째 기소… 이번엔 ‘조직범죄법’ 위반 혐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또 기소됐다. 올해 들어 네 번째 기소로 미 야당인 공화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트럼프의 사법 부담이 내년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조지아주(州) 대배심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에게 패배한 조지아주 개표 결과를 뒤집기 위해 측근들을 동원해 광범위한 압력을 행사했다며 14일(현지 시각) 트럼프에 대해 기소 결정을 내렸다. 지난 대선 결과 인증을 지연시키고 1·6 연방의회 의사당 난입 사태를 선동한 혐의 등으로 지난 1일 연방 대배심에 의해 기소된 데 이어,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지방검찰에 의해 선거 방해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트럼프는 앞서 성인물 배우와의 관계에 대한 입막음 비용 지급과 관련해 뉴욕 지검에 기소됐고(4월), 정부 기밀 문서를 유출하고 불법 보관한 행위에 대해선 연방 검찰에 기소(6월)됐다.
조지아주 지검은 98쪽에 달하는 공소장에서 피고인 트럼프 등 19명에 대한 혐의 41개를 적시했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는 약 500만명이 투표한 조지아주에서 1만1779표(0.23%포인트) 차이로 바이든에게 패배했다. 이를 뒤집기 위해 그는 대선 약 두 달 후인 2021년 1월 2일 브랜드 라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재검표를 하라. 나는 그저 (바이든에게 이기기 위한) 1만1780표를 찾아내길 원한다”고 압박을 가했다. 약 1시간 동안 이뤄진 이 통화 녹취는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조지아주 지검은 트럼프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에 동조하는 측근들과 조직적이고 다양한 불법행위를 모의했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조직범죄법(RICO)’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1970년 마피아 소탕을 위해 처음 만들어진 법이 전직 대통령 기소에 쓰인 것이다. 조지아주 법원은 ‘부패한 단체’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불법행위가 4년 내에 2건 이상 있으면 조직범죄법 위반 혐의를 쉽게 인정하는 편이라고 한다. 조지아주 애틀랜타 존 마셜 법학대학원의 마이클 미어스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조직범죄법은) 검사에게는 금광(金鑛)이고 변호사에게는 악몽”이라고 말했다. 앞서 연방 검찰은 선거 방해 혐의로 트럼프를 기소하면서 공무집행 방해, 국민의 투표권 침해 모의 등의 혐의를 적용했었다.
조지아주 지검은 트럼프의 대선 불복을 ‘조직범죄’로 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트럼프와 측근들이 선거 부정이 있었다는 잘못된 주장을 퍼트리며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등 다른 주에서도 개표 결과를 뒤집으려 한 사실을 나열했다. 측근들이 각 주의 관계자들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도 입수해 증거로 제시했다. 트럼프와 함께 기소된 18명 중에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마크 메도스 당시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에게 ‘선거 결과 확정을 지연시켜 시간을 벌면서 각 주의 개표 결과를 뒤집어 보자’는 전략을 담은 메모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케네스 체즈브로 변호사도 이번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선거 사기, 공무원에 대한 불법행위 요구, 증인에 대한 영향력 행사, 위증 등을 합하면 혐의가 41건에 이른다.
미국에는 검찰에 기소되거나 유죄 평결을 받은 사람의 대선 입후보 및 대통령 취임을 금지하는 법이 없다. 그 때문에 네 차례의 기소 사실만으로 트럼프의 대선 출마가 막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선거와 재판 절차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트럼프의 과거 행적에 대한 치부가 더 드러나면서 공화당엔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소가 이어지며 법률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선거운동에 써야 할 정치기부금 대부분이 변호사비로 지출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트럼프 캠프는 올해 상반기에만 변호사비로 4000만달러(약 535억원)를 지출해 ‘사실상의 파산 상태’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트럼프의 잇단 기소가 ‘정치 검찰에 의한 탄압’으로 받아들여져 지지층 결집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대선에 개입하지 않았다”며 “선거에 개입해 대선을 훔쳐 간 그들이야말로 기소돼야 한다”고 했다.
미 NBC 방송은 이번 네 번째 기소에 따른 재판이 처음으로 TV를 통해 중계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아주는 법에서 판사의 승인을 전제로 재판 과정에 카메라 촬영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판사가 생중계를 불허하려면 청소년 피해자, 청소년 증인 등과 같은 요소가 있어야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대선 맞상대가 될 가능성이 높은 바이든도 법적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바이든의 차남 헌터는 지난 6월 탈세 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지난 11일에는 추가 혐의 수사를 위한 특검이 임명됐다. 헌터는 아버지의 영향력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과 중국 사모펀드로부터 부당 이익을 취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어, 이런 수사 결과가 바이든에게 약점이 될 수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자산가격에도 못미치는 삼성전자 주가, 언제 회복하나
- ‘8억 뜯긴’ 김준수 “당당하다... 잘못한 거 없어” 입장 밝혀
- 현직 강남경찰서 강력계 간부, 음주운전하다 교통사고
- 신진서, 커제에 반집승… 삼성화재배 8강 중 7명이 중국
- 풀무원, 3분기 실적 사상 최대치…영업이익은 전년비 50%넘게 올라
- 이재명 '의원직 상실형' 선고에도…검찰 “항소 검토”
- 삼성전자,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 “주주가치 제고”
- 주윤발 “허벅지에 있는 혹, 종양 아냐”...건강 이상설 반박
- “그물에 美 핵잠수함이 걸렸어요!” 노르웨이 선박이 받은 다급한 호출
- 31살 어린 상대 도발에…타이슨, 핵주먹 대신 ‘불따귀’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