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들 대통령 돼도 같은 옷 입던 단벌신사…“올 초에도 교수실서 논문 작성”
“단벌신사, 딸바보, 근면성실 그 자체
늘 즐겨입던 회색 정장 최근까지 입어
남들 집값 좇아 옮겨다녀도 꼼짝안해
사진 찍을땐 구석에,아들자랑은 삼가
제자에겐 교수님 아닌 아버지같던 분“
유 명예교수는 윤 명예교수의 삶을 ‘단벌신사’, ‘딸 바보’, ‘근면성실’ 세 단어로 정리했다.
“학생 때부터 지켜본 교수님은 단벌신사셨어요. 굉장히 검소하시고 거의 같은 옷만 입고 다니셨지요. 제자들에게 점심, 저녁 사주시는 건 수도 없이 하셨지만 돈 욕심을 부리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최근에도 교수님께서 오랫동안 입으신 회색 정장 자켓이 있는데 모임 때든 연구실에서든 그것만 입으셨고요. 교수 생활을 하시고 얼마 안 있어 연희동에 집을 지으시고 사모님과 아들, 딸 네 식구가 수십 년을 사셨어요. 남들은 어디 집값이 유망하다며 옮겨다닐 때 교수님은 꼼짝을 않으셨지요. 제자들을 수시로 집으로 불러 밥을 먹이셨고 연초에 제자들이 세배를 가면 떡국을 주시곤 했는데 그날 아마 교수님께선 떡국을 몇 번은 드셨을 거에요.”
사치스럽고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윤 명예교수는 사진을 찍을 때도 중앙에서 찍지 않았다고 한다. 늘 한쪽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있어서 제자들이 중앙으로 모셔야 마지못해 겨우 중앙에서 찍었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하다가 국무총리가 되어서 국무총리 관사에 경제학부 교수들을 초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사진 찍은 것을 봐도 교수님께서 한쪽 끝에 서 계세요. 나서지 않는 겸손하신 분이시죠. 아들이 대통령이 되어도 행동에 달라짐이 전혀 없으셨던 분이세요. 어디가서 자랑 한 번을 하지 않으셨어요.”
유 명예교수는 “교수님은 강의실 안에서만 제자들을 가르치는 분이 아니셨다”며 “강의실 밖에서도 ‘사람들과 살아갈 때 저렇게 해야겠구나’를 알게 하신 분”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유 명예교수가 같은 경제학부 교수로 온 이후에도 윤 명예교수는 자신이 밥값을 계산하는 등 제자를 대하는 다정한 태도가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제자들의 집안 걱정을 일일이 해주시고 잘 된 제자가 있으면 제자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소식을 전해주셔서 교수님께서 동문들이 응집할 수 있고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구심점이 되어주셨다”며 “교수님이 아니라 아버지 같으시고 집안의 큰 어른 같은 분이셨다. 그런 분을 모셨다는 것이 행운이고, 좀 더 계셨으면 좋았을텐데 이렇게 보내드리게 되니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명예교수는 ‘딸 바보’였다고 한다. 윤 명예교수의 딸은 연세대 재학생이었는데 늘 아버지와 등교를 같이 하며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유 명예교수는 “딸이 주차하는 것도 다 봐주시고 굉장히 자상하셨다”며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다정하신 분이 자녀들에게는 어떻게 하셨겠느냐”고 반문했다.
윤 명예교수는 지난 2001년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이 됐는데, 해외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등 학문에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올초에도 연세대 명예교수실에 나와서 논문을 작성하셨어요. 그 논문을 마무리하셨는지는 모르겠어요. 항상 입으시던 그 회색 자켓을 입으시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만큼 삶을 성실하게 하시던 분이에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귀감이 되셨어요.”
그가 윤 명예교수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지난 5월이었다.
“거동은 연세가 있으셔서 불편하셨지만 대화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셨고 정신도 또렷하셨어요. 그때만 해도 오래 우리 곁에 계시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갑자기 떠나셨네요. 중국집에서 뵈었는데, 교수님을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제자들이 모여 정겹게 옛날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제자들에게 조문이 허락된다면 교수님께 인사드리러 많은 제자들이 길게 줄을 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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