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으로 전이된 中 부동산 위기…경제 지표도 줄하락

베이징=CBS노컷뉴스 임진수 특파원 2023. 8. 15.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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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중국 대표 부동산신탁회사 만기 도래 상품 현금지급 연기
중국 매체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 발생 위기감 커져"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으로 촉발된 디폴트 위기
각종 경제지표 악화되며 일본식 장기침체 우려까지 제기
중국 정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시장 유동성 공급 나서
연합뉴스

침체 국면에 진입한 중국 경제가 부동산업계의 도미노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또 다른 악재를 만난 가운데 금융권으로도 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다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 역시 중국 경제의 침체를 예고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부동산업계 도미노 디폴트 위기에 금융권까지 영향권


홍콩 명보 등 중국 현지매체들에 따르면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국제신탁이 중국 상하이증시 상장사 3개사에 대해 만기가 도래한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했다.

명보는 중룽신탁의 지급 연기는 회사 대주주인 자산관리회사 중즈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이 있으며, 이 그룹의 자산관리 규모는 1조 위안(약 182조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경제매체 차이롄서은 더 나아가 현재 중룽신탁으로부터 피해를 본 회사는 3개 사지만, 중룽신탁이 향후 현금 지급을 연기할 것으로 보이는 규모가 모두 3500억 위안(약 64조 원)에 이른다면서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 발생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이긴 하지만 부동산신탁회사 등 금융사를 엄습한 위기는 비구이위안(영문명 컨트리가든) 등 부동산 업계가 잇따라 디폴트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지급 불능 위기에 빠진 중즈그룹도 비구이위안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가운데 하나인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이 만기인 채권 이자 2250만달러(약 296억원)를 갚지 못했고, 30일간의 유예기간 이후에도 채무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이에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와 상하이증권거래소는 지난 14일부터 비구이위안과 그 계열사 채권 11종의 거래를 중단했는데, 이들 채권은 오는 9월 2일부터 내년 초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며 총 잔액은 157억 200만 위안(약 2조 8700억 원)에 달한다.

상반기에만 순손실이 최대 550억 위안(약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사업성이 크게 악화돼 채권 이자도 갚지 못한 비구이위안이 향후 줄줄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제때 상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함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또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원양집단도 오는 2024년 만기 예정인 금리 6% 어음 2094만 달러(약 279억 원)를 상환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완다그룹의 부동산 관리 부문을 맡고 있는 계열사 다롄완다상업관리그룹이 채권 원리금 2억 달러(약 2570억 원)를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직면하자 계열사 지분을 팔아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중국의 대형 부동산개발업체들이 잇따라 디폴트에 빠질 경우 부동산 시장의 신뢰가 추락하며 주택구매가 큰 폭으로 감소하고, 이는 다시 유동성 축소로 이어져 더 많은 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디폴트 위기를 겪게 된다.

실제로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1~7월 부동산 개발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8.5% 하락했다. 특히, 7월 신규 주택 판매액은 33.1% 급감하는 등 실적악화에 따른 중국 부동산 업계의 '도미노 디폴트' 위기는 이미 가시권에 들어와 있고, 이것이 금융권 위기로도 전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커지는 경기 침체 경고음…중국 정부 유동성 공급 나서

연합뉴스

부동산 업계의 도미도 디폴트로 중국 경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붕괴위기에 처할 경우 가뜩이나 수출 급감과 내수 침체 등으로 위기를 맞은 중국 경제가 더 크게 휘청일 수 있다.

최근 나온 경제 지표는 이런 위기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7월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전기 대비 2.5%와 3.7% 증가하는데 그치며 전망치를 밑돌았다.

또, 7월 수출입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8.3% 하락했는데 수출이 9.2%나 줄어 수입(-6.9%)보다 하락폭이 더 컸다. 여기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3%를 기록하며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4.4%로 10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이미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일부는 중국이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중국의 경제회복이 부동산 위기로 인한 새로운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최신 데이터를 보면 성장 반등의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 정부는 경기 침체는 물론 부동산 업계의 도미노 디폴트 우려도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조만간 진정될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푸링후이 국가통계국 대변인은 15일 비구이위안을 비롯한 부동산 업계의 채무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이런 문제는 단계적인 것으로 시장 조정기제가 점진적으로 역할을 발휘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정책 조정이 최적화되면 부동산기업 리스크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 위기까지 제기되자 시장 유동성 공급을 위해 단기 정책금리를 전격 인하하며 '시장정책 조정'에 나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P와 0.15%P 인하했다. 이를 통해 시장에 유입되는 유동성 규모는 총 6,050억 위안(약 111조 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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