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20대 석사’ 알바 첫날 추락사…방호망 하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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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은 20대 노동자(국제신문 지난 14일 자 10면 보도)는 해당 현장에서의 근무 첫날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한다.
경찰 관계자 또한 "경험이 부족한 노동자에게 위험한 작업을 시키면 사고가 있을 수 있다"며 "안전 관리자 배치나 사고 예방 의무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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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강보경 씨 창호 작업 중 참변
- 안전기준상 일정 간격 설치돼야
- 유족 “업체 발주 못하게 제재를
- DL이앤씨, 안전지침 전달 의문”
- 중대재해처벌 저촉 여부 확인중
부산의 한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은 20대 노동자(국제신문 지난 14일 자 10면 보도)는 해당 현장에서의 근무 첫날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한다. 유족은 작업 전 안전 수칙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사고를 막을 안전 장치는 왜 없었는지 등에 대해 대답을 요구하며 비통에 잠겼다.
15일 원청 DL이앤씨에 따르면 연제구 거제동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발생한 추락사고 노동자 고(故) 강보경(29) 씨는 사고 당일이 이곳에서 처음 일하는 날이었다. 강 씨는 하청업체 직원으로, 지난 11일 아파트 6층 내부에서 3인 1조로 창호 설치 작업을 하고 있었다. 공정상 창호 설치는 끝났으나 하자가 발생해 보수 작업차 강 씨가 속한 업체가 투입된 것이다. 작업 중 창호가 건물 바깥으로 떨어졌는데, 강 씨는 이를 붙잡고 있다가 20m 아래로 떨어졌다. 사고 당일 연제구는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고, 부산고용노동청은 원·하청의 안전 의무 위반과 원청의 중대재해처벌법 저촉 여부를 확인 중이다.
강 씨의 빈소는 사고 나흘 뒤인 15일 차려졌다. 부검을 진행해야 해 전날 유족에게 시신이 인계됐기 때문이다. 유족에 따르면 강 씨는 지난달 창호 일을 시작한 신참이었다. 최근 지역의 공과대학원 석사 과정을 마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사회초년생인 동시에, 어려운 집안의 사실상 가장이었다. 자신의 생활비는 물론, 타 지역에 사는 홀어머니의 병원 치료비나 약값을 내고자 해보지 않은 일이 없었다. 공사 현장 일은 취업 전까지 가족 생활비를 벌기 위해 뛰어들었다.
강 씨 누나는 “형편이 어렵다 보니 반찬 없이 밥을 먹으면서도 매일 어머니에게 안부 전화를 드리거나 ‘돈 벌면 가족여행 가자’며 애교 부리는 동생이었다. 내년엔 취업도 예정돼 집안 살림이 나아지겠다고 좋아했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모친 또한 “현장에서 아이 휴대전화를 못 찾아 친구들에게 부고장도 못 보냈다. 빈소가 비어 가슴이 메인다”고 흐느꼈다.
경찰에 따르면 강 군과 함께 일한 동료 중 한 명도 경력이 수 개월인 초보였고, 나머지 한 명은 5년 내외의 숙련공이었다. 가족은 경험이 적은 이들에게 제대로 안전 지침 등을 숙지시켰는지 의문을 표한다. 강 씨 삼촌은 “사고 당시 업체는 추락을 막을 안전 고리도 채우지 않았고, 촬영 캠 영상도 없다. 작업이 잘 됐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이유로 추락 방호망도 설치하지 않았다”며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업체는 발주를 못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상 낙하물 방지막과 추락 방호막은 높이 10m 간격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당시 현장에는 안전망이 없었다.
그는 또 “작업 전에 안전 수칙을 전달받았는지도 알 수 없다. 사실상 죽을지도 모르는 곳에서 일한 것이다”고 애통해했다. 경찰 관계자 또한 “경험이 부족한 노동자에게 위험한 작업을 시키면 사고가 있을 수 있다”며 “안전 관리자 배치나 사고 예방 의무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DL이앤씨 측은 “노동청 등의 조사가 진행 중으로, 현재로서는 답을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들어 이날까지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부산의 노동자는 모두 35명이다. 이 중에는 20대 4명(제조업 2명·건설업 2명)이 포함된다. 연령별로는 40대 노동자가 12명(제조·건설업 각 6명)으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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