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2023년도 야스쿠니에 공물 보내

총리 아닌 자민당 총재 명의로
추도식서 “전쟁 되풀이 않을 것”
전쟁범죄 사과·반성 언급 안 해
일부 각료·국회의원 직접 참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15일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 야스쿠니(靖國) 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일부 각료와 국회의원은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패전일인 15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신사에서 사람들이 참배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도통신은 자민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날 기시다 총리가 야스쿠니에 공물료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공물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이 아닌 ‘자민당 총재’ 명의로 납부됐다.

야스쿠니 신사는 극동 국제군사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곳이다.

기시다 총리가 2021년 10월 취임한 이후 야스쿠니를 찾아 참배한 적은 아직 없다. 대신 취임 직후와 지난해 4월, 8월, 10월에 이어 지난 4월 공물을 보냈다.

극우·반한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경제안보상은 지난해에 이어 이날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정무조사회장도 신사를 찾았다. 초당파 의원 모임인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70여 명도 집단 참배했다.

나루히토 일왕과 마사코 왕비가 15일 도쿄 부도칸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인사를 받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식사에서 전쟁 가해에 대한 사과나 반성의 말을 하지 않았지만 일왕은 ‘깊은 반성’의 뜻을 밝혔다. 도쿄=로이터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 행사에서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지난해 표현을 되풀이했다. 과거 일본의 전쟁 범죄에 대한 사과나 반성 언급은 없었다.

외교부는 이날 임수석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 정부와 의회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내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의 책임 있는 인사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예림·김예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