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블화 가치 ‘날개없는 추락’… 먹구름 드리운 러시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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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며 전쟁 판세와 국가 경제 전망에 암운을 불렀다.
서방의 강력한 제재 등으로 루블화 가치 하락의 파급이 어디까지 미칠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우크라이나 전쟁 승패가 전장이 아니라 시장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정부의 시장 개입 외에 전쟁발 고유가 등 러시아 경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루블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50루블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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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달러당 102루블까지 떨어져
英 이코노미스트 “1센트도 안 돼”
서방 제재로 수출액 급감 등 영향
러시아산 원유가 상한제 효과도
우크라 침공 후 국제경제적 고립
일각 “전쟁 승패 시장서 결정” 전망
중앙은행, 기준금리 12%로 인상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해 3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폭락하며 전쟁 판세와 국가 경제 전망에 암운을 불렀다. 서방의 강력한 제재 등으로 루블화 가치 하락의 파급이 어디까지 미칠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우크라이나 전쟁 승패가 전장이 아니라 시장에서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루블화 가치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한때 134루블을 웃도는 등 폭락했지만, 당국의 개입에 힘입어 가치를 금세 회복했다. 당시 러시아 당국은 주민들에 대한 환전 금지와 외국인 주식 매도 금지, 에너지 기업들의 루블화 보유 의무화 등의 조치를 도입했다. 이 같은 정부의 시장 개입 외에 전쟁발 고유가 등 러시아 경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루블화 가치는 한때 달러당 50루블선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갑자기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동향이 심상찮다. 일각에선 당장 러시아가 전쟁 수행에 필요한 돈을 대지 못할 정도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전 세계에서 올 들어 러시아보다 화폐가치가 더 많이 떨어진 나라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튀르키예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루블화 하락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주요 7개국(G7) 등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가격 상한제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낸 결과라고 짚었다.
로빈 브룩스 국제금융협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존 매케인 전 미국 상원의원이 러시아를 두고 ‘국가를 가장한 주유소’(팔 게 석유·천연가스밖에 없다는 뜻)라고 부른 것을 언급하며 “루블화는 보통 국제유가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이제 그런 상황은 끝났다. 국제유가가 오르는 상황인데도 루블화가 폭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블화 가치 하락은 러시아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해결할 뚜렷한 방법이 러시아에 없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략 뒤 러시아는 달러 중심의 국제결제시스템에서 퇴출당하는 등 국제경제적으로 완전 고립 상태다.
이달 초 5870억달러 규모의 상당히 안정적인 외환보유고를 공개했지만, 이 중 약 3000억달러가 서방에 의해 동결된 돈이다.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려 해도 풀 돈이 없는 꼴이다.
이날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8.5%에서 12%로 3.5%포인트 인상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국내용일 뿐이다. 아무리 이자를 많이 준다고 해도 외국 자본이 러시아에 투자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
러시아 국민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상황을 견뎌야 한다. 이 경우 군비 마련도 어려워져 전쟁 동력에 현저한 타격이 예상된다.
루블화 가치 하락 때문에 전시 상황에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러시아 남성 징병으로 빈자리를 채우던 인근 국가 출신 노동자가 루블화 급락에 따른 실질임금 하락으로 떠날 수 있어서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경제의 운명은 국제 금융 전문가들의 판단이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공격 정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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