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깜짝' 성장한 日 vs 더 뚜렷해진 中경기둔화
"수출 호조에 3분기 연속 성장…내수는 여전히 부진"
中, 물가·수출입 이어 소비·제조 지표도 기대치 하회
인민銀, 단기 정책금리 인하해 유동성 지원 나서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부활의 날개를 펴는 일본 경제와 일본식 장기침체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중국 경제. 15일 발표된 중국과 일본의 경제지표로 양국의 명암은 더욱 두드러졌다.
일본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수출 호조에 힘입어 3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중국은 7월 물가와 수출·입 지표에 이어 소비·제조 지표까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일본 역시 내수는 부진한 모습이지만, 중국은 수출과 내수 모두 둔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 디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日, 엔저 힘입어 수출 호조…2분기 GDP ‘깜짝’ 성장
일본 경제가 올해 들어 2분기 연속 순항하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15일 물가변동 영향을 제외한 2분기 실질 GDP(속보치)가 전분기대비 1.5% 증가해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1분기(0.7%) 및 시장 전망치(0.8%)를 두 배 가까이 웃돈 것이다.
현 추세가 1년 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하고 환산한 연율 기준으로는 6% 성장했다. 이 역시 시장 전망치(3.1%)의 두 배 수준으로, 6%를 넘어선 건 2020년 4분기(10~12월) 이후 처음이다. GDP 총액은 560조 7000억엔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엔저에 힘입은 수출 호조세가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2분기 성장에는 내수가 마이너스(-) 0.3%포인트, 해외수요가 1.8%포인트 각각 기여했다. 즉 내수 부진을 수출이 만회했다는 의미다. 일본의 2분기 수출은 전분기대비 3.2% 증가해 2분기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NHK방송은 “반도체 부족 문제가 완화해 자동차 수출이 늘었고, 통계상 수출로 잡히는 외국인 관광객의 일본 방문이 급증한 것도 성장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전분기대비 0.5% 감소해 3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2분기 수입이 전분기대비 4.3% 감소,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한 것도 소비 위축을 반영한다. 또 다른 내수지표인 설비투자는 전분기대비 0.03%로 보합 수준에 그쳐 1분기(1.4%)보다 크게 둔화했다. 이에 일본은행(BOJ)은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수출이 부활한 만큼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해외에 판매하는 힘은 강하지만, 국내 구매력은 여전히 약하다”면서도 “미국의 2분기 GDP가 연율 2.4%, 유로존이 연율 1.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양호한 성장세를 기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일본의 경제 성장률이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역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은 전분기대비 0.6%로 일본이 2.5배 높다. 1분기 GDP 성장률도 일본이 한국(0.3%)을 앞섰다.
中, 7월 경제지표 ‘와르르’…소비·제조마저 기대치 하회
일본과 대조적으로 중국 경제는 둔화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이날 발표한 7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2.5% 증가해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망치(4.5%)도 크게 밑돌았다. 7월 산업생산도 1년 전과 비교해 3.7% 늘었으나 전월(4.4%) 대비 상승세가 둔화했다. 이 역시 로이터 전망치(4.4%)에 미치지 못했다. 소매판매는 내수경기 가늠자 역할을 하며, 산업생산은 제조업 동향을 나타낸다.
공장, 도로, 전력망, 부동산 등 자본 투자를 반영하는 고정자산투자(1~7월 누적 기준)는 전년 동월대비 3.4% 증가했다. 특히 부동산개발투자가 8.5%, 주택판매액이 1.5% 각각 감소해 부동산 침체 우려를 키웠다. 최근엔 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까지 더해져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대만·싱가포르 등 중화권 매체들은 시장 전문가를 인용해 “컨트리가든 디폴트 위기가 2021년 말 헝다그룹 디폴트보다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중국 부동산 업계의 연쇄 파산은 물론 위기가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7월 실업률은 5.3%로 전달(5.2%) 대비 소폭 상승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을 것으로 예상됐던 16~24세 청년실업률은 아예 발표를 중단했다. 공개할 수 없을 만큼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 및 수출·입 지표에 이어 소비·제조 지표까지 7월 주요 경제지표가 일제히 기대를 밑돌면서,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한층 확대했다. 앞서 공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는 각각 전년 동월대비 0.3%, 4.4% 하락해 2년 8개월 만에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 중국의 7월 수출과 수입은 각각 전년 동월대비 9.2%, 6.9% 감소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금리 동결을 점쳤던 시장 전망과 달리 단기 정책금리를 ‘깜짝’ 인하하며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1.8%로 0.1%포인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는 2.5%로 0.15%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오는 20일 발표하는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 인하 가능성도 커졌다.
시장에선 추가 정책 지원에 대한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안 에반스-프리차드 이코노미스트는 “7월 중국의 모든 주요 경제지표가 정체되거나 거의 확장되지 않았다”며 “컨트리가든 등 부동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 정책적 지원을 서두르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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