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성문헌법은 전쟁의 소산이다

총, 선, 펜
린다 콜리 지음/김홍옥 옮김/에코리브르 펴냄

개인의 자유와 시민사회의 형성, 사상적 종교적 포용, 주권재민 국가의 등장 등을 특징으로 하는 근대(近代, Modern)의 출현은 인류의 축복이었다. 그 근대는 과연 어떤 인과로 태동하였나. 그에 대한 학설과 설명은 다양하다. 이 책은 성문헌법이 근대 세계의 부상에 핵심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성문헌법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전쟁과 같은 투쟁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미국 헌법의 틀을 짜기 수십 년 전에, 계몽적 색채의 나카즈(Nakaz)로 헌법 기술을 실험한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 같은 뜻하지 않은 인물들의 기여도 부각한다. 저자는 헌법이 어떻게 국경을 넘어 1918년경에는 6개 대륙으로 퍼져나갔는지 설명한다. 그래서 제목이 총(gun), 선(ship), 펜(pen)이다. 성문헌법은 정치는 물론 인쇄술, 문학적 창의성, 소설의 부상 등 문화사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저자는 비서구권에서는 유럽과 미국의 권력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헌법이 어떤 역할을 했으며 그들이 어떻게 헌법을 활용했는지도 추적했다. 1861년 튀니지에서 최초의 근대적 이슬람 헌법이 제정되고 이내 억압당했지만 '아랍의 봄'에 영향을 미쳤는지, 어떻게 미국 남북전쟁에 영감을 받은 시에라리온의 아프리카누스 호턴이 서아프리카 자치 국가들을 위한 계획을 고안할 수 있었는지, 또 어떻게 일본의 1889년 메이지 헌법이 인도 중국 오스만의 민족주의자 및 개혁가들에게 서구 헌법주의와 어깨를 겨루는 모범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헌법은 흔히 혁명의 산물로 여겨진다. 저자는 헌법은 전쟁의 잿더미나 침략의 위협에서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미국 독립 혁명과 프랑스 혁명도, 남아메리카에서의 혁명도 대륙간 전쟁이 전개되면서 촉발하고 부채질한 결과였다고 한다. 또한 그것들은 훨씬 더 많은 전쟁의 발발에 힘입어 아이디어, 규모, 결과와 관련해 더욱더 큰 변혁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이규화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