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탐사에도 '브랜드 네이밍'이 필요하다 [황정아의 우주적 시선]
편집자주
우주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가 숨쉬는 지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인공위성 만드는 물리학자 황정아 박사가 전하는 '미지의 세계' 우주에 대한 칼럼이다.
러시아, 달 탐사선 ‘루나 25호’ 발사
창어ㆍ찬드라얀 등 연속성 가진 탐사선
우리도 우주 임무 ‘브랜드 네이밍’ 필요
러시아가 8월 11일 달 착륙선 루나 25호를 발사했다. 1976년에 발사한 루나 24호 이후 47년 만의 러시아 달 탐사선이다. 러시아로서는 반세기 만에 다시 달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다. 무게 800kg의 루나 25호는 달까지 직선 경로로 비행해 5일 후면 달 궤도에 도착한다. 이후 달 주변을 공전하면서, 달 착륙 후보지 3곳 중 한 곳에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지난달 14일 인도가 발사한 무인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도 루나 25호와 비슷한 시기인 이번 달 23일경 달 착륙을 시도할 예정이다. 찬드라얀 3호는 직선 경로가 아닌 우회 경로를 선택해서 이번 달 초에 달 궤도에 진입했다. 루나 25호와 찬드라얀 3호의 착륙 목적지는 달의 남극이다. 루나 25호는 달의 남위 73도에 위치한 보구슬라프스키 충돌구 북쪽에, 찬드라얀 3호는 남위 69도 지역에 착륙할 예정이다.
최근 경쟁적으로 달에 탐사선을 보내고 있는 여러 국가가 달의 남극을 목적지로 하는 이유는 뭘까? 달의 남극에는 태양 빛이 전혀 닿지 않는 영구 음영지역이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영하 230도 이하로 떨어질 정도로 온도가 매우 낮다. 따라서 이 지역의 암석과 흙에 ‘과거 태양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또한 남극에는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달 유인기지를 구축할 때 현지 물자의 조달 가능 여부는 가장 먼저 파악해야 할 정보다.
러시아 최초 달 탐사선은 1959년에 발사한 루나 1호다. 루나 1호부터 최근의 루나 25호까지 이름을 유지하면서, 이제 사람들은 ‘루나’라는 이름만 들어도 러시아의 달 탐사선인 걸 알 수 있게 됐다. 중국은 2009년 달 탐사선 창어 1호부터 창어 5호(2019년)까지, 인도도 찬드라얀 1호(2009년)와 찬드라얀 2호(2019년)까지 각각 탐사선의 이름을 이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 발사한 달 탐사선 ‘다누리’가 있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인공위성은 1992년 8월 11일에 발사한 우리별 1호다. 인공위성은 밤하늘의 별을 쏘아 올리는 일과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만든 별이라는 뜻의 우리별이라는 이름은 의미도 있고 기억하기에도 좋은 예쁜 이름이다. 우리별이라는 이름을 계속 유지했다면 좋았겠지만, 우리별 1호, 2호, 3호 이후에는 과학기술 위성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과학기술 위성 1호, 2호, 3호까지 유지하다가 다시 이름을 차세대 소형위성 1호, 2호로 바꾼다. 위성의 형상과 임무는 거의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위성의 이름을 자꾸 바꾸고 있다. 만일 우리별이라는 이름을 지금까지 지켰더라면, 누리호 3차 발사의 주 탑재 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우리별 8호’가 됐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우리별’이라는 고유명사는 우리나라 위성의 30여 년 역사를 상징하는 브랜드 네임이 되었을 것이다.
일반 기업에서도 새 상품이나 서비스의 브랜드 네이밍을 할 때 많은 것들을 고려한다. 브랜드 네임은 소비자들에게 제품을 기억하게 해 주고 차별화한다. 수많은 기업이 각자의 브랜드를 인식시키는 마케팅에 비용을 쏟아붓는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로켓의 이름이나 우주 탐사선의 이름을 정할 때 의미 있고 기억할 만한 이름을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속성 있는 이름으로 상징성을 갖도록 지정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비슷한 우주 임무를 수행하는 탐사선을 매번 공모를 통해서 새로 이름을 짓는 것은 행정력 낭비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달 상공 100km에서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 다누리도 앞으로 계속해서 그 이름을 이어 나갔으면 좋겠다.
황정아 인공위성을 만드는 물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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