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풍경] 상온 초전도체 논란과 재현성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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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주 동안 세계 물리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국내 연구진의 상온·상압 초전도체 '엘케이(LK)-99' 발견 소식이 아무래도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다.
로체스터대 연구팀이 처음 상온 초전도체를 보고한 2020년 네이처 논문(당시는 15도·100만기압) 역시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국내 연구진의 상온·상압 초전도체 논문은 학술지에 실리기 전에 화제가 돼 재현 실험이 진행된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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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풍경]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지난 몇주 동안 세계 물리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국내 연구진의 상온·상압 초전도체 ‘엘케이(LK)-99’ 발견 소식이 아무래도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다. 학술지 게재 심사를 받는 중에 아카이브 웹사이트에 미리 공개된 논문을 보고 세계 여러 연구실에서 재현 실험을 했지만 실패했고, 이론 연구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여전히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좀더 지켜볼 일이다.
최근 몇년 새 상온 초전도체 구현에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가 몇차례 나왔지만, 이번 연구는 상압, 즉 대기압의 조건에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밝혀 더 큰 화제를 모았다. 기존 상온 초전도체는 1만기압 이상 고압에서만 초전도성이 나타나 응용성에서 비교가 안 된다. 다만 미국 로체스터대 랑가 디아스 교수팀의 최신 상온 초전도체 논문이 지난 3월 학술지 ‘네이처’에 실리며 어느 정도 학계의 인정을 받은 상태라 신뢰성에서는 거꾸로 비교가 안 된다.
그런데 이 논문의 실험 역시 재현되지 않는다는 결과를 담은 논문이 지난 3일 네이처에 실렸다. 중국 난징대 연구자들은 로체스터대 연구팀의 논문에 나온 방법대로 루테튬 수소화물에 질소를 혼합해 얻은 물질이 상온에서는 40만기압까지 올려도 초전도성을 보이지 않았고 온도를 영하 271도로 낮춰야만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만일 엘케이-99 이슈가 없었다면 이번 반박 논문의 파장이 꽤 컸을 것이다. 로체스터대 연구팀이 처음 상온 초전도체를 보고한 2020년 네이처 논문(당시는 15도·100만기압) 역시 결과가 재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9월 네이처는 저자들의 반대에도 직권으로 논문을 철회했지만 데이터 조작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디아스 교수팀은 이를 재반박하는 대신 1만기압이라는 훨씬 낮은 압력에서도 상온인 21도에서 초전도성을 보이는 새로운 조성의 물질을 만들었다는 논문을 제출했고, 올해 3월 게재돼 논란을 잠재웠다. 그런데 이 논문 역시 재현이 안 된다는 결과를 담은 논문이 5개월 만에 네이처에 실렸다. 아울러 같은 호에 로체스터대 연구팀의 또 다른 논문이 철회될 상황에 놓였다는 뉴스를 실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2021년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실린 논문에 있는 데이터가 조작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인데, 이를 알게 된 과정이 놀랍다. 미국 플로리다대 물리학자 제임스 햄린 교수는 디아스가 2013년 박사학위 논문에서 자신의 2007년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한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의 연구를 꼼꼼히 살펴본 햄린은 2021년 논문의 한 그래프 패턴이 2013년 학위 논문의 그래프 패턴과 같다는 사실을 발견해 제보했다.
이런 상황은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는 과학계의 ‘재현성 위기’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놀라운 발견으로 인정받아 저명한 학술지에 논문이 실리면 설사 그 결과가 재현되지 않아 논문이 철회되더라도 명백한 조작 증거가 없으면 책임을 지지 않는 관행이 이런 경향을 부추기는 걸까. 이번 국내 연구진의 상온·상압 초전도체 논문은 학술지에 실리기 전에 화제가 돼 재현 실험이 진행된 게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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