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저 中 변호사 “中 방위·첨단·핵심기반 기업과 업무할 때 반간첩법 주의” [세계초대석]

이귀전 2023. 8. 1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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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중룬 로펌의 장저 파트너 변호사
외국기관이 기밀 수매·절취·정탐 때 적용
진출 기업 직원 교육·준법체제 구축 필요
컨설팅 기업 통한 정보 취득도 조심해야
中 한국 투자 사드·코로나 사태로 주춤
최근 반도체·배터리 등 필요 분야 집중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 통한 우회 많아
마이크론 등 제재는 상대국 겨냥한 카드
美·中 갈등 증폭에 관련 전문 로펌 늘어
中 CPTPP 가입 땐 기회이자 도전될 것

“중국 방위산업, 핵심기반시설산업, 최첨단 항공기술산업 등의 기업과 업무를 할 때 반간첩법(방첩법)을 유의해야 합니다.”

중국 최대 로펌 중 한 곳인 중룬(中倫)의 장저(姜喆) 파트너 변호사는 지난달 개정 시행된 이 법에 대해 “중국의 외국 기업은 최소한 방첩법 중요성에 대한 직원 교육을 하고 준법 체계를 구축하는 등 이에 대한 소극적 의무가 아니라 적극적 의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최대 로펌 중 한 곳인 중룬의 장저 파트너 변호사가 15일 베이징 사무실에서 반간첩법과 중국 무역의 특징 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무역 규정과 투자, 인수합병 등을 전문으로 다뤄온 장 변호사는 최근 중국에서 미국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이나 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 캡비전 등이 조사를 받게 되자 방첩법에 대한 자문 역할까지 활동폭을 넓혔다.

장 변호사는 통상 분야에서도 중국에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이 반덤핑 등의 이유로 부과된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있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에서 2003년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을, 2010년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베이징 사무실에서 15일 만난 장 변호사는 “중국의 최근 한국 투자는 반도체, 배터리, 소재 산업 등 실질적으로 필요한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과 중국 간 무역 흐름은.

“1997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관련 업무를 맡았다. 2008년 이전까지는 80%가 반덤핑 업무였다. 이후 투자 관련 업무, 무역소송 분쟁 등으로 변화가 있다. 1990년대부터 2010년 전까지는 한국 기업들의 중국 투자가 많았다. 2014년 정도부터는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인수하거나 부동산을 사는 등 한국에 대한 투자가 많아졌다. ‘묻지마 투자’라고 할 정도로 급격히 늘었다. 당시엔 중국 기업이 중국 증시에 상장이 힘드니 한국에 상장하려는 경우도 많았다.”

―중국의 한국 기업 투자 분위기는.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춤했다. 그래도 최근 2년여간 한국에 대한 문의가 많았는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분야에 대한 투자로 분위기가 변했다고 한다. 게임과 화장품, 바이오 분야 등에 대한 문의가 있었지만 현재는 반도체, 배터리, 소재 산업 관련 공급업체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다. 투자는 전략 물자 등에도 열려 있고 방위산업 말고는 사실상 제약이 없다. 효율성 등을 감안해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를 통한 우회 투자를 많이 한다. 자금 출처를 추적해보면 중국 기업인 경우가 많다.”

―미·중 갈등 속 중국의 외국 기업 제재 가능성은.

“중국이 인터넷 안전심사를 통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제재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오히려 마이크론이 아니라 애플을 제재하는 것이 더 용이할 수 있었다. 애플의 아이폰은 안 쓰면 되지만 마이크론의 반도체는 소재이기에 안 쓸 수가 없다. 중국에 있는 외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나 독점 행위 등에 대한 조사가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 상대국에 대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중국 비관세 무역 장벽의 최근 특징은.

“중국 상무부에서 담당하는 무역 장벽 조사 규칙이라는 게 있다. 10여년간 구체적인 활동이 없었다. 최근 대만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대만이 중국 본토에 대한 무역 제한 조치를 하는 것에 대해 부당한 점이 없는지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대만 당국에 대한 경고 차원도 있는 듯하다. 한국에 대해선 최근에 직접 제재는 없는데 한국보다는 미국을 겨냥하는 것이 좀 더 필요하다고 중국이 느끼는 듯하다. 중국에서 최근 직접 규제를 한 것은 호주의 석탄과 바닷가재, 일본의 후쿠시마산 해산물 수입금지 조치 등이다. 중국의 비관세장벽은 대외관계를 고려한 것이 많다.”

―한국이 후쿠시마 제품을 가공해 중국에 수출한다면.

“중국이 제재할 가능성이 있다. 무역 규제에 관한 이슈다. 미국도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면화 등을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 제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기업들을 상당히 피곤하게 한다.”

―방첩법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

“방첩법의 국가기밀이란 국가안전과 이익과 관련 정보인데 주로 방위산업, 핵심기반시설산업, 최첨단 항공기술산업 회사 등과 업무를 할 때 조심해야 한다. 방첩법에는 3가지 요건이 있다. 주체와 대상, 방법이다. 주체는 외국 요소를 말한다. 외국인이나 외국기관 등이 해당한다. 대상은 국가기밀과 정보를 말한다. 방법에는 수매, 절취, 정탐 3가지가 있다. 수매란 이익을 주면서 사람을 매수하는 행위다. 단순히 정보를 사는 것과는 다르다. 절취란 말 그대로 몰래 빼내는 것이다. 정탐은 정보를 몰래 알아내는 것인데 언론인의 취재가 비슷한 부분일 수 있다.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얻은 중국 정부 기관 움직임, 인사이동, 주요 인사 활동 등도 민감한 정보일 수 있다.”

―기업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방첩법에 대한 자문 등을 하고 있다. 중국에 있는 외국 기업들은 예방을 위한 방범 교육을 하는 게 좋다. 방범 주체는 회사다. 소극적 의무가 아니라 적극적 의무가 있다. 최소한 방첩법 중요성에 대해 직원들에게 교육하고 회사 내 준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준법관리위원회를 갖춰야 한다. 다만 단순히 여행 와서 사진 촬영이 위험하다는 얘기 등은 좀 과할 수 있다. 분명 촬영하지 말라는 표시가 있는 곳이 있다. 사진 촬영하지 말라는 지역, 접근 금지 지역 등에서만 하지 않으면 된다.”

―방첩법 외에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제도들은.

“블랙리스트 제도가 있다, 외교부의 제재리스트와 상무부의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외교부는 미국이 하면 우리도 한다는 입장으로 정치적인 입장이 크게 작용한다. 상무부의 제재는 앞으로 자주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 레이시온을 제재한 바 있다. 이들이 대만에 무기를 팔았기 때문이다. 대만과 군사적으로 연결이 될 경우 한국 기업들도 상무부의 제재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데이터 3법은 중국에서 일하는 업체들에 부담이 될 것이다. 일정 기준 이상의 데이터를 중국에서 해외로 보내려면 등록을 해야 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 업무를 하는 변호사가 많아졌다. 외국 기업뿐 아니라 이는 중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결국 옛날보다는 점점 더 중국 내 법령을 기준으로 한 준법 감시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컨설팅 기업들을 통한 정보 취득은.

“조심해야 할 수밖에 없다. 정보를 제공받을 때부터 국가기밀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15일 구류, 벌금,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장에서 보는 미·중 갈등 상황은.

“수출 규제 등과 관련된 상황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로펌이 늘고 있다. 상대 국가 기업을 처음에 관찰 대상에 올려놨다가 제재 대상으로 변경한다. 제재 대상에 잘못 올라갈 수도 있으니 이를 막기 위해 로펌을 고용한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 로펌을 고용하는 경우도 많다. 제재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중국 기업인도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조사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제재리스트에 오른 기업과 연관이 있는 경우 이런 일이 발생한다. 이를 대비해 기업인이 미국 공항에 도착할 때부터 미국 변호사들이 현장에 나와 동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 가능성은.

“미국 측 변호사 얘기를 들어보면 미국 고위 관계자들이 최근 중국에 온 이유는 미국이 이런저런 제재를 하는데 중국에 가만히 있을 것을 요구하러 왔다고 하더라. 미국의 제재 수준을 중국에 알려주고 중국이 대응하거나 흥분하지 말고 가만히 있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중국하고 미국 사이는 점점 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강한 정부인데 끝까지 가려 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관계가 과거 미국과 소련의 관계처럼 흐를 수 있어 걱정된다.”

―중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은.

“CPTPP는 일본이 주도하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도 회원국으로 있다. 국유기업 지원이나 노동자 권리 등 요구 개방 기준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이미 개혁·개방이 되어 있다. 공급망 등을 확보하는 데 CPTPP 가입이 더 실익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장저 변호사는…
 
●1972년 중국 지린성 옌지시 출생 ●동북재경대 법학과 졸업 ●1997년 변호사 자격 취득 ●진청퉁다 로펌 파트너 변호사 ●중룬 로펌 파트너 변호사 ●2003년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 ●2010년 대통령 표창 ●저서 ‘중국의 한국 투자 동향 및 관련 법률 및 정책 소개’, ‘중국, 미국 및 유럽의 수출 통제 내부 준수 시스템 비교’, ‘EU 탄소 경계 규제 규정의 해석’ 등

베이징=글·사진 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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