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율, 내년 75.6%보다 더 낮아진다

노해철 기자 2023. 8. 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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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계획 재검토 용역 발주
종부세 등 부담가중 비판 커져
집값 급락시기 가격 역전 우려
목표치도 90%→80%대로 하향
시세 급변할땐 현실화 중단 등
탄력적 조정 장치 마련도 검토
11월 중 공시가 제도개선 발표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경제]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수정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90%까지 올리도록 한 직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국민의 세금 부담이 급증하면서 손질에 나서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를 내리고 부동산 가격 변동이 큰 시기에는 현실화 계획을 유예하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은 내년부터 적용할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치를 재검토하고 제도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된다. 이달 22일 입찰서 접수 마감 이후 연구기관이 선정되면 제도 개선을 위한 절차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11월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조세·복지제도에 활용하는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2030년까지, 표준주택은 2035년까지, 표준지는 2028년까지 매년 현실화율을 높여 이러한 목표치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집값 급등 시기에 과세 기준인 공시가격까지 함께 오르면서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현 정부는 국정과제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을 추진 중이다.

우선 현재 90%인 공시가격 현실화 목표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해 11월 국토부 의뢰로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90%인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90%를 유지할 경우 집값 급락 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초과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목표 현실화율을 80%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당시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불안한 시장 여건으로 인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번 연구용역에서 제도 근거법인 ‘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 취지와 국민의 보유세 부담 적정 수준, 부동산 시장 상황,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현실화율 목표치를 새로 제시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유형 및 가격별로 5~15년이 소요되는 현실화율 목표 달성 기간에 대한 재검토도 이뤄진다.

시세와는 별개로 매년 오르도록 한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당초 계획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의 계획대로 라면 내년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5.6%를 적용할 예정인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국토부는 국민 세 부담 완화 차원에서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한 바 있다. 해당 조치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2.7%에서 69%로 대폭 낮아졌다.

국토부는 또 현실화 계획의 기계적인 적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탄력적 조정 장치’도 마련할 방침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 또는 급락하는 상황에서 현실화율을 계속 높이게 되면 과도한 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부동산 가격 변동 폭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현실화 계획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이 검토 대상에 오른다.

구체적인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과 공시가격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은 늦어도 올해 11월 중에는 발표될 예정이다.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은 지난 5월 마무리한 뒤 현재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 연구용역 결과는 11월 법적 절차인 공청회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며 “현실화 계획이나 제도 개선 방안과 관련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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