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디플레·부동산 위기 `中風`에 떠는 한국

강현철 2023. 8. 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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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악재 경기침체에 세계가 긴장
인민은행 금리인하로 경기부양
리오프닝 기대했던 韓경제 비상
전문가 "정책적 대응 고민할 때"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두달만에 다시 단기 정책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조짐에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 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맞는 등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의 불안은 미국 경제에 위험 요인"이라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말처럼, 중국의 위기 가능성에 전 세계가 긴장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미국 주택가격 급락으로 야기됐던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재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인민은행은 15일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연 1.8%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연 2.5%로 각각 0.1%포인트와 0.1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역레포는 인민은행이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을 상대로 국채 등을 사고팔며 초단기 유동성을 조절하는 수단이다. 역레포 금리를 낮추면 은행들이 인민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늘리는 까닭에 시중 유동성은 늘어난다. MLF 대출 역시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유동성 조절 도구다. 이번 조치로 시중에 공급되는 유동성 규모는 총 6050억위안(약 111조원)이라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이번 단기금리 인하는 시장 예상을 빗나간 '깜짝' 조치로,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의 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에서 유동성 확대를 통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민은행은 지난 6월 역레포 7일물 및 1년 만기 MLF 금리를 각각 0.01%포인트, 0.1%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당시 금리 인하는 10개월 만에 이뤄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소매판매가 전년동기 대비 2.5%, 산업생산은 3.7% 늘었다고 이날 밝혔다. 시장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성적표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0.3%, 생산자물가는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수출이 3개월 연속, 수입은 5개월 연속 감소한 데 이어 물가 하락까지 겹치며 전 세계가 중국의 정체된 경제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금융 리서치업체 BCA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은 세계경제 성장의 약 40%를 담당했다. 맥쿼리의 중국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래리 후는 "세계 1위 상품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후퇴는 글로벌 경제 영향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근 중국의 경제 문제를 언급하면서 '시한폭탄(time bomb)'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세계경제에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광범위한 상품 가격 하락이 장기간 이어지면 소비자들이 지출을 미루게 되고 이로 인해 경제활동이 더욱 위축된다면서, 이는 일본이 수십년간 겪었던 장기 침체로 귀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에 부동산발 위기 조짐이 재현되고 있다. 2021년 하반기 헝다 그룹, 지난 7월 완다 그룹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에 이어 14일 대형 개발업체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권 거래가 중단됐다. 거래 중단된 채권은 총 11종으로, 총 잔액 규모는 157억200만위안(약 2조87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개발업계에서 시작된 위기는 중국 금융권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중국의 간판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中融)국제신탁은 최근 만기가 된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했다. 이는 해당 상품에 가입한 진보홀딩스, 난두물업, 셴헝인터내셔널 등 3개사가 중룽신탁으로부터 원금과 이자를 제때 지급받지 못했다고 공시하면서 공개됐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중룽신탁에 피해를 봤다는 회사는 진보홀딩스, 난두물업, 셴헝인터내셔널 등 3개사지만, 중룽신탁이 현금 지급을 연기하겠다는 규모는 모두 3500억위안(약 64조원)에 이른다"며 "중국발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 경제는 중국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만큼 '상저하고'를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정책적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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