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위기 속 내수도 둔화… 인민은행, 전격 금리 인하

이귀전 2023. 8. 1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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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침체 우려 확산
7월 소매판매 증가율 등 떨어져
청년 실업률도 치솟자 발표 중단
인민은행, 단기 정책금리 인하로
110조원 규모 유동성 공급 나서
‘부동산 투자’ 국내 증권사들 긴장

중국 십수억 인구가 떠받쳐 국가 경제의 버팀목으로 불렸던 내수 경기 둔화세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거대 부동산 업계와 관련 금융권의 부실 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깊어지는 내수 침체는 중국의 향후 경기 전망을 점점 더 비관적으로 바꾸는 중이다. 중앙정부가 서둘러 위기론 진화를 시도하는 모양새이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소매판매는 3조6761억위안(약 675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2.5% 증가해 로이터통신의 예상치인 4.5%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7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6월(3.1%)에 비해서도 둔화한 것으로, 4월(18.4%), 5월(12.7%)과는 비교조차 불가할 정도다.
중국 베이징 시민들이 14일 저녁 차오양구 중심업무지구를 지나가고 있다. 중국 당국은 15일 침체가 심화한 7월 경기지표를 발표하면서 청년 실업률 관련 자료 공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베이징=AP연합뉴스
이 지표는 백화점과 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 판매 변화를 따져 내수 경기를 가늠하는 역할을 한다. 또 중국의 소비는 국내총생산(GDP) 기여율이 77.2%(2023년 상반기 기준)에 달할 정도로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이다.

7월 산업생산 역시 소비 부진과 맞물려 전년 동기 대비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시장 전망치 4.4%를 밑돌고 3월(3.9%)과 4월(5.6%), 5월(3.5%), 6월(4.4%)에 비해서도 둔화한 것이다.

이날 당국의 청년 실업률 공표 중단 결정은 장기침체의 늪 목전에 있는 중국의 회복 자신감이 얼마나 없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당국은 이날 청년 실업률이 치솟자 관련 자료 발표를 갑자기 중단하는 ‘황당한’ 결정을 내렸다. 지난 6월 16∼24세 청년 실업률이 21.3%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신규 대졸자들이 취업 시장에 대거 유입된 7월 청년 실업률을 발표하지 않은 것이다. 경제 둔화로 취업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올여름 사상 최대 규모인 1158만명의 대졸자가 취업 시장에 가세하면 7∼8월 청년 실업률이 더욱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통계국은 “졸업 전에 구직에 나선 학생들을 노동 통계에 포함해야 하느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될 것”이라는 발표 중단 이유를 댔다.

이로써 중국 청년 실업률이 공식 통계보다 훨씬 높다는 주장도 점점 설득력을 더 얻는 분위기다. 베이징대 장단단 교수팀은 지난 3월 기준 중국 16∼24세 청년층의 실제 실업률은 공식 발표된 19.6%보다 두 배 이상 높은 46.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안후이성 화이베이의 한 은행에서 직원이 중국 위안화 지폐를 세는 모습. AP뉴시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유동성 확대를 통한 경기 회복을 노리고 단기 정책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15일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포인트와 0.1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에 유입되는 유동성 규모는 총 6050억위안(약 111조원)이라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과 부동산 투자신탁, 리츠(REITs)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는 중국 성장률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JP모건은 중국의 상장기업 두 곳이 리츠인 중룽(中融)국제신탁 투자상품의 만기 상환을 받지 못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이 신탁사의 대주주 자산관리회사 중즈(中植)그룹에 대해 언급하면서 “리츠가 상환을 연기하면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되며, 이로 인해 2조8000억위안(약 515조원)에 달하는 운용 자산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자금 조달 ‘악순환’이 확산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0.3∼0.4%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도 “명백한 금융 리스크와 이 리스크의 확산 이외에도 자산관리회사의 신탁 관련 상품의 잇따른 디폴트는 ‘부의 효과’(자산가치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를 통해 경제 전반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중국 정부가 부동산 분야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했으나 너무 느리고, 너무 소규모였다”고 강력한 부양조치를 펼 것을 주장했다.
여의도 증권가. 뉴시스
중국발 부동산 위기에 한국 증권가도 긴장하고 있다. 초저금리 시기에 국내 증권사가 사들인 해외부동산들이 조정국면에 들어서며 하나둘 부실위험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28개 증권사의 해외부동산 투자 잔액은 13조7000억원에 달했다. 미국 부동산이 4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유럽(24%), 아시아(13%), 영국(9%) 순으로 투자 비중이 컸다. 주요 국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증권사들은 하나둘 소유한 부동산의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펀드 형태로 투자한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빌딩은 90% 손실 처리가 났고, 독일 최대 규모의 오피스 빌딩 더스퀘어를 사들인 하나증권과 독일 트라이논 빌딩을 사들인 이지스자산운용 등도 손실 후 빌딩의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부동산 가격이 설정 당시보다 3분의 1토막 난 빌딩도 있다”며 “이런 해외부동산의 경우 매각 후에도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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